목련꽃의 뒷모습 목련꽃의 뒷모습 나뭇가지 끝에 물을 올려 꼭대기마다 하나씩 커다란 꽃을 피운 새하얀 눈부심의 도도함은 다 어디로 가고 하루라도 더 살겠다고 녹슨 칠을 하면서 볼품없이 구차해지고 있단 말인가 사랑의 끝이 순백일 수는 없겠지만 거침없던 아름다움은 다 어디로 가고 추하게 몸을 .. 나의 시 문장 2017.04.20
서먹한 신안사(身安寺) 서먹한 신안사(身安寺) 고향에 있는 곳이라고 하지만 읍내와 반대방향으로 있고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탓으로 남쪽을 향한 산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은 절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찾아와 어린시절의 빗장을 열어 보아도 이름에서 풍기는 것만큼 몸이 편안하지 .. 나의 시 문장 2017.03.22
그렇게 떠난 가을 그렇게 떠난 가을 가을 내내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재분류를 하며 일손을 돕던 옆동 할머니 겨울이 다가도록 보이지 않아 경비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먼 길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고장난 시계는 그대로 걸려 있는데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던 모습을 시침과 분침에 걸어놓.. 나의 시 문장 2017.02.10
개판은 엎자 우선 아파트 앞에 있는 목련 사진을 올려본다. 아래 사진을 찍은 날짜는 바로 아래가 2016. 2. 27. 이고, 중간은 4.10.이며, 제일 아래 사진은 11.23.과 12. 5.이다. 지난 2월에 찍은 아래 사진의 가지 끝을 보면 봄이 왔다고 힘차게 올라오는 꽃봉오리가 보인다. 대개는 4월중순부터 만개하는데 4. 1.. 나의 시 문장 2016.12.08
들꽃이면 족하다 들꽃이면 족하다 濟南 박 형 순 있으면 있는대로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에서 들꽃들이 깔깔거리며 여기저기 제멋대로 피어있다 조금 예쁜 모양을 지닌 것도 있지만 꽃잎들이 다 그만그만하다 아무 이유없이 피지는 않았겠지만 뽐내려고 핀 것이 아닌 탓인지 눈여겨보는 이도 드물다.. 나의 시 문장 2016.10.15
늦여름, 간다 늦여름, 간다 더위가 꺾이더니 맥을 못춘다 땡볕이 힘을 잃는 것은 고개를 쳐들고 자랑하던 꽃이 시들다가 떨어지는 것과 같다 지나고보면 모두가 짧고 오래가는 것은 찾기 힘들다 여름이 아직은 갈 때가 아니라고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약점을 이미 드러낸터라 어디서 왔는지 바람도 .. 나의 시 문장 2016.09.19
여름, 길지 않다 여름, 길지 않다 초록으로 물든 세상을 능소화가 뜨겁게 바라본다 외면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이 후회로 묶여 떠다니고 있다 덥다고 불평하지 마라 여름은 금방 간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볼 때 뜨거웠던 시간이 얼마나 있었나 땀 흘렸던 시절이 얼마나 있었나 힘들다고 하면서도 가장 즐거.. 나의 시 문장 2016.08.17
부부싸움 부 부 싸 움 어떻게 들어왔는지 파리 한 마리가 돌아다니며 신경을 건드린다 방충망에 붙어있길래 신문지를 돌돌말아 내려쳤더니 파리는 어디로 도망가고 방충망만 한 뼘이 찢어졌다 내 마음도 한구석이 찢어졌다 마누라와 언성이 높아지면서 찢어진 곳이 더 찢어진다 언제 밖으로 나갔.. 나의 시 문장 2016.08.01
해가 뜰거야 해가 뜰거야 낮에는 조용하더니 어둠이 깔리면서 개구리가 울기 시작한다 가로등 몇 개가 용을 쓰고 있지만 울음소리는 높아만 간다 어두운 것은 싫고 밝은 것이 좋아 개굴개굴 어두운 사람은 싫고 밝은 사람이 좋아 개굴개굴 어두운 세상은 싫고 밝은 세상이 좋아 개굴개굴 밤이 깊어가.. 나의 시 문장 2016.07.07
산은 산이다 산은 산이다 거동이 불편한 중늙은이가 천천히 교회 주차장쪽으로 가더니 스스럼없이 지퍼를 내린다 어제도 상하좌우로 흔들더니 오늘은 더 범위를 넓히며 온 동네를 적실듯이 뿌려댄다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고약한 냄새를 들이마시고 화단에 있는 장미는 노란 세례를 튕겨서 받는다 .. 나의 시 문장 201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