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은행나무 수종사 은행나무 쭉 뻗은 굵은 가지사이로 살아온 길이 다른 남과 북의 물이 부둥켜안는 두물머리가 펼쳐지고 일출과 운해가 자주 놀러와 굵직한 역사를 감싸다 보니 하늘과 엄청 가까운 사이라고 여기고 있는 중생들의 합장에 잔가지가 흔들린다 높고 낮은 인연과 관계없이 아프거나 .. 나의 시 문장 2015.02.06
대장간 농기구 대장간 농기구 풀무질로 달구어진 시뻘건 화덕속에 농부의 땀과 한숨이 섞여 있는 깨지거나 부러진 농기구를 넣으면 뭉쳤던 것들이 녹는다 비겁하거나 힘들었던 시간들도 녹고 다르게 살아온 것들도 함께 녹는다 철커덕 철커덕 뚝 뚝 쓱싹 쓱싹 쓱쓱 싹싹 맘대로 다룰 수 있게 녹은 쇳덩.. 나의 시 문장 2015.01.21
집안의 칼 집안의 칼 명절이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크고 작은 칼 부엌칼이나 과도라면 좋겠지만 속에 품었던 칼들이 돌아다닌다 칼집에 있어야 할 칼들이 돌아다닌다 면도칼도 있고 사냥칼도 있다 단검이나 장검도 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시퍼런 날들이 춤을 추어 어설.. 나의 시 문장 2015.01.15
낮달 낮 달 낮부터 술 좋아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데리고 간 줄 알았는데 비틀거리는 사람도 없어 불 밝힐 일도 없는 밝은 대낮에 하얗게 질려있는 모습으로 하늘에 살며시 박혀 무엇을 바라보고 있나 고향의 산과 내도 변하고 사람들도 다 변했다고 하던데 반백년이 넘도록 똑같은 .. 나의 시 문장 2015.01.06
수건 수 건 축축하거나 깨끗하지 못하면 버림받을 수 밖에 없으면서도 물 묻은 얼굴이나 몸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다른 것도 닦으며 움직임이 있었던 온갖 수고를 닦는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닦을 수만 있다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며 더러움도 무서워하지 않으니 축축하거나 깨끗하지 못.. 나의 시 문장 2014.12.26
어느 묵묘 어 느 묵 묘 오래전에는 분명 벌초를 한 흔적도 있었던 곳이었는데 잔디는 다 어디로 가고 봉긋했던 높이마저 없어지고 말았으니 혼령이 머물렀던 곳인지 아닌지 깨져서 뒹굴고 있는 석주마저 없었다면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갔으리라 양지바른 곳으로 보아 목소리 높이며 살다 갔을지.. 나의 시 문장 2014.12.23
시간은 다리미 시간은 다리미 누구나 감추고 싶은 과거가 한둘은 다 있는 것 때로는 울기도 하고 때로는 고개를 숙여야만 지나갈 수 있는 인생길이었기에 덜컹거리며 생긴 주름들, 시간이 지나고 더 지나면 펴 진다고 하지만 왠지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쭈그러진 줄이 남을 것 같아 반듯하게 펴질 수 .. 나의 시 문장 2014.12.10
순 엉터리 순 엉터리 朴炯淳(박형순) 얼었던 물이 풀리면서 새순이 살포시 돋아날 때 쪽찐 머리의 점쟁이가 말했다 은행나무에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고 잎이 노랗게 물들 때쯤엔 큰물에서 빛을 발하며 이름을 만방에 알릴 것이라고 용하다는 그 말을 굳게 믿고 냇물이 바다로 흘러가길 기다렸건만 .. 나의 시 문장 2014.12.04
별을 심는다 2 별을 심는다 2 사람은 왜 죽으면 낙엽처럼 땅으로 가지 않고 하늘로 가는 걸까 하늘로 올라가면 모두 별이 될 수는 있는 걸까 곱게 물든 단풍만이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주듯이 곱게 살은 사람만이 아름다운 별이 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땅에 남아 있는 이들이 힘들거나 괴로울 때 하늘을 .. 나의 시 문장 2014.11.24
11월의 낮은 산 11월의 낮은 산 가을 향기를 느끼며 시월의 여운이 남았는데 아직 주지 못한 사랑이 남았는데 갑자기 때를 넘겨 훌쩍 건너뛴 것처럼 조석으로 찬바람의 간섭을 심하게 받다보니 속을 자꾸 드러내면서 익숙치 못한 모습으로 불편하다 왠지 슬프다 11월은 가을이면서 가을같지 않고 겨울이.. 나의 시 문장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