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대장간 농기구

헤스톤 2015. 1. 21. 12:18

 

 

 

   대장간 농기구

 

 

풀무질로 달구어진 시뻘건 화덕속에

농부의 땀과 한숨이 섞여 있는

깨지거나 부러진 농기구를 넣으면

뭉쳤던 것들이 녹는다

비겁하거나 힘들었던 시간들도 녹고

다르게 살아온 것들도 함께 녹는다

 

철커덕 철커덕 뚝 뚝

쓱싹 쓱싹 쓱쓱 싹싹

맘대로 다룰 수 있게 녹은 쇳덩이들이

맞고 터지고 주물러지면서

앞으로 큰 일을 할 수도 있는

날카로운 연장으로 얼굴을 내민다

 

과거를 녹여 저렇게 될 수만 있다면

한계를 초월한 고통이 따른다 해도

얼만큼 닳고 흠집난 나의 지난 삶을

저 불구덩이 속에다 집어넣고 싶다

솜씨 좋은 대장장이의

숫돌에 갈리고 메질로 벼리어져서

쳐다보고 또 쳐다봐도 질리지 않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

자연과 더불어 사랑을 먹으면서

제대로 밭을 갈고 싶다

 

 

(사진은 사진작가 말러 임성환님의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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