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57

코피의 반란

(복용하고 있는 고지혈증 약으로 아스피린성분이 있음)  약 2주 전부터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간해서는 코피가 나지 않았다. 어쩌다 큰 충격이나 누적된 피로 등으로 코피가 나더라도 살짝 비치는 정도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약간 흐르다가도 금방 멈추곤 했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면서 코피를 흘린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무슨 이유인지 자꾸만 코피를 쏟는다. 게다가 흘리는 양도 상당하다. 고지혈증 약으로 먹는 아스피린과 같은 약이 코피를 더 흘리게 했을 것으로 본다. 여하튼 솔직히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지병인 고혈압이 그 원인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더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약 2주 전, 아침에 일어나 화장..

나의 이야기 2025.03.21

입춘을 맞이하여

春興을사년(2025년) 입춘(2.3.)을 맞이하여 학문, 외교, 경제, 군사, 정치, 인품 모든 면에서 특출난 고려말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춘흥"이라는 시를 초서로 써 보았습니다.  春興(춘흥)              春雨細不滴 춘우세부적夜中微有聲 야중미유성雪盡南溪漲 설진남계창草芽多少生 초아다소생봄비가 가늘어 방울도 지지 않더니 밤중에 약간 소리가 나는 듯하구나눈 녹아 남쪽 개울에 물이 불어나니풀싹은 얼마나 돋아났을까이 시에서는 가늘게 내린 비가 봄기운을 재촉하여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현상을 말하고 있습니다.너무 가늘어서 낮에는 물방울조차 이루지 못하던 봄비이지만, 밤이 되어 주위가 고요해지자 나직하게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느끼게 됨을 말한 다음, 봄비로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내리게 되면 ..

나의 이야기 2025.02.03

초서(草書)에 대하여 (하)

초서를 문학으로 비유하면 시(詩)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짧은 문장으로 많은 것을 함축하여 표현하는 시처럼 초서도 간결한 획으로 여러 글자를 표현한다. 시의 경우 수필이나 소설과 다르게 정제된 함축과 간결함 속에서 노래나 그림으로 표현이 되듯이 초서도 비슷하다. 그런 이유로 초서가 한시(漢詩)를 만났을 때의 미적 가치는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함축된 언어인 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듯이, 초서도 점획이 생략되어 절제된 감성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 다른 체에 비하여 어렵다. 글자란 당연히 남이 쓴 것을 흉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왜 이렇게 쓰는 것인지 알고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취운 진학종 선생은 우리나라 초서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말하길 “서체 중에서 초서가 가장 어렵다, 그만큼..

나의 이야기 2025.01.18

초서(草書)에 대하여 (중)

上(상)편에 이어 中(중)편을 계속 이어 쓴다.상편 말미에 잠깐 언급을 하였지만,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는 글은 자칫 너무 딱딱하여 읽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초서라는 글씨처럼 유연성을 가미하여 쓰고자 하는데, 초서 역시 서체의 하나인 탓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상편에서 서술한 장초와 금초에 이어 광초와 관련된 것부터 시작한다.   광초는 당 장욱에서 비롯된 것으로 위진시대 이래 왕희지의 전통적인 초서필법에서 벗어나 술이나 자연계의 현상으로부터 정서나 영감을 불러일으켜 광사(狂肆)하게 썼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이후 당 회소(懷素)가 개성적인 광초서풍을 이루었다. 광초의 대표적인 예로는 장욱의 "자언첩 (自言帖)"과 회소의 "자서첩 (自敍帖)"이 있다. 초서를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나의 이야기 2025.01.09

초서(草書)에 대하여 (상)

나는 요즘 草書(초서)에 빠져있다. 내가 초서를 쓰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 매력에 흠뻑 젖어 있다. 처음 서예를 시작할 때, 당시 강사가 楷書(해서)부터 배워야 된다고 하여 줄 긋기 등의 입문절차를 걸친 후 약 4년 이상을 해서만 썼었다. 楷書의 楷자는 본보기나 모범, 바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표준으로 삼을만한 서체라는 의미에서 대개 많은 이들이 해서, 행서, 초서, 전서, 예서의 5체 중 가장 먼저 배우기 시작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해서와 관련된 책도 수십 가지가 넘는데, 나는 육조체로 해서를 익혔다. 육조체는 날카롭고 힘이 있다. 육조체는 唐楷(당해 : 중국 당대의 해서)가 아름답고 여성스러움에 반하여 씩씩하고 굳세어 남성스럽다고 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張猛龍碑(장맹룡비)로..

나의 이야기 2025.01.05

나의 石蘭圖(석란도)

나는 전문적인 화가가 아니다. 즉, 그림 그리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다. 다만 사대부 흉내를 내며 여가를 활용하여 사군자 등을 치고 있다. 더 넓은 의미로 문인화를 가끔 그리곤 한다.  文人畵(문인화)란 전문적인 화가가 아닌 시인이나 학자 등 사대부 계층의 사람들이 여가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즉, 시인 묵객들이 비직업적 입장에서 心意(심의)와 感興(감흥)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이런 시인이나 사대부 흉내를 내고 있다. 시를 쓰거나 서예를 하다가 남은 먹물로 난을 치거나 매화, 소나무 등을 그리곤 한다. 그러다가 좀 더 기분전환을 위해 물감을 시용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아는 것처럼 문인화는 사의성(寫意性)을 표현한 것이다. 즉, 사물의 외형보다는 내재된 뜻을 표현하는 ..

나의 이야기 2024.12.14

추야우중(秋夜雨中)을 쓰며

최치원(崔致遠)의 추야우중을 쓰며 내가 쓴 위 글씨에서 저 한자(漢字)들이 무슨 글자인지 알아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언제부터인지 학교에서 한자 교육도 하지 않게 되다 보니 정자(正字)로 써도 알아보기 힘들 텐데, 위의 글씨는 초서(草書)체의 글씨이기 때문에 한자를 꽤 안다고 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읽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물론 위의 詩(시)는 유명해도 너무 유명한 崔致遠(최치원)선생의 秋夜雨中(추야우중)이라는 시로 내용은 아래와 같다.秋風惟苦吟 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 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 창외삼경우 登前萬里心 등전만리심 (첫째 연 惟를 唯로 써서 인터넷으로 떠도는데 생각할 惟로 썼다)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 다음과 같다.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나니(秋風惟苦吟)/세상엔 날 알아주는 이 없네(世路少知音..

나의 이야기 2024.11.25

영어 노래(Proud Mary) 가사를 외우며

중학교 3학년 때이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 준비로 한창 바쁠 당시 좀 껄렁거리며 놀던 같은 반 학생 몇몇이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쉬는 시간을 점령하곤 했다. 그들이 불렀던 노래는 다름 아닌 1969년 미국 밴드 CCR이 발매한 Proud Mary(프라우드 메리)라는 노래이었다. 빠른 박자의 그 노래가 멋있게 들렸다. CCR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컨트리 록밴드 '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을 말한다는 것인데, 당시에는 밴드 이름은커녕 누가 그 노래를 불렀는지도 몰랐다.이 노래가 발매 후에 빌보드 핫100 2위를 기록하는 등 대히트를 했다는 것도 나중에 일게 된 것이고, 1971년에 Ike(아이크)와 Tina Turner(티나 터너)가 리메이크하여 빌보드 핫 100 4위에 올..

나의 이야기 2024.09.23

응급실 전전

지난 금요일 저녁때의 일이다. 오후 3시쯤 치과에 다녀온 마누라가 3시간이 지났는데도 입에서 계속 피가 나온다고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사람들은 일생동안 얼마나 병원을 들락거리게 될까?  병원을 아예 가지 않으며 살 수는 없을 것 같고, 적게 가는 사람일수록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그러면 병원에 적게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을 꾸준히 하며 몸을 튼튼하게 해야겠지만, 우선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즉, 자신의 몸과 관련하여 먹는 것부터 잘 관리하는 사람일수록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몸에 해롭다는 담배나 술을 멀리하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는 병원비가 적게 들어갈 것이라고 본다.그리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건강 유전자가 우수한 사람..

나의 이야기 2024.09.17

모 병원 주차장 유감

최근 좋은 일과 그렇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몇 곳의 병원을 들락거리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병원 주차장을 이용하며 서로 대비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병원 주차장으로 인해 해당 병원에 대한 인상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 2024. 8. 17.(토) 19시경 분당 모 병원의 주차장에서 겪은 일은 좋았던 그날의 기분을 완전 망치게 하였다. 많은 시간을 그곳에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주차요금이 18,000원이 나왔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총 주차 시간이 약 1시간 20분으로 서울 시내의 일반 병원 같으면 4,000원 이내일 것이다. 아무리 많이 받는 곳이라도 8,000원은 넘지 않을 텐데, 터무니없이 비싸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곳에 6시간을 주차하면 10만 원이라고 한다. 6시간 주차..

나의 이야기 202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