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54

山客(산객)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칠언절구 漢詩(한시) 한수를 써 보았습니다. 제목은 山客 (산객 - 산속 나그네)으로 涵月 海源 (함월 해원) 스님이 지은 시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山梅落盡野花飛 (산매낙진야화비) 산에 매화꽃 지고 들꽃도 지니 谷口春殘客到稀 (곡구춘잔객도희) 골짜기에 봄기운은 사라지고 사람발길 뜸하네 遙望千峰紅樹裏 (요망천봉홍수리) 멀리 산봉우리 붉은 숲 속을 바라보니 杜鵑啼處一僧歸 (두견제처일승귀) 두견새 우는 곳에 한 스님이 돌아오네. 위 시의 시심에 앞서 형식에 대해 아는 체를 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韻은 微 운목에 飛, 稀, 歸 운을 사용하였습니다. 起句의 2번자인 梅가 평성이므로 平起式(평기식) 칠언절구라고 하겠습니다. 첫째 구를 보면 山과 梅는 평성, 落은 입성, 盡은 상성..

나의 이야기 2023.12.14

詩(시)와 書藝(서예)

나는 올해도 "한국서예,미술진흥협회"로부터 서예로 상을 받았다. 이제 그곳에서 3년 연속이다. 2021년에 특선(예서)과 입선(행서), 2022년에 삼체상(예서-특선, 해서-입선, 행서-입선), 그리고 올해(2023년)도 삼체상(추사체-장려상, 행서-입선, 예서-입선)을 받음으로써 2021년 3점, 2021년 5점, 2023년 6점을 획득하여 합계 14점으로 12점 이상에게 주어지는 '초대작가' 자격증도 갖게 되었다. 추사체는 솔직히 이제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데, "장려상"이라는 상을 주는 바람에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精進(정진)하려고 한다. 위의 글은 蓮坡(연파)선생의 戒子垂箴(계자수잠)에 있는 글이다. 한글로는 "충린인 구환난 제상애 서관용 기불욕 의물선"으로 뜻을 풀이하면 "..

나의 이야기 2023.12.04

능력의 차이와 운명

한 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자를 보면, 그렇게 글씨를 쓴 사람이 우습게 보였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는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노라면 맞춤법을 엉망으로 쓴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 글들은 지금도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물론 남의 글을 퍼 나른 글보다는 관심을 갖고 읽게 되지만, 그 사람이 쓴 내용에 앞서 그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였다. 당연히 신세대의 줄임말이나 재미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는 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무슨 내용의 글을 어떻게 잘 썼느냐를 판단하기에 앞서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을 읽노라면 피자를 김칫국물에 찍어먹는 기분이다. 맞춤법뿐만 아니라 오자나 탈자를 보내는 사람에 대하여도 수준 이하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의 이야기 2023.11.24

막힘의 고통 (하)

발병 3일째 날(11. 2.)이다. 종합병원이 아니면 불신하는 마누라 말에 따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이렇게 챙겨주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만약 혼자였다면 다시 동네 병원이나 갔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누가 옆에 있다는 것이 꼭 得(득)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날도 결과적으론 돈과 시간만 허비하였다. 업무시간보다 일찍 서둘러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시간이 급하다는 말을 담당자에게 전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의사 선생이 말하길 당분간 오줌줄을 달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너무 힘드니 급하게 수술해 줄 수 없겠습니까?" "수술일정이 꽉 차서 아무리 빨리 잡아도 약 1개월 후에나 가능합니다." "먼저 오늘은 ..

나의 이야기 2023.11.10

막힘의 고통 (상)

힘든 고비를 넘겼다고 하지만, 지금도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인은 전립선 비대로 인한 것이었지만, 약에 대한 무지와 대처를 잘못한 탓으로 지금도 심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솔직히 많이 힘들다. 시작은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골프 약속에 따라 새벽에 차를 몰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남에 따라 오줌이 마렵기 시작하여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게소 화장실로 갔다. 안에 있는 오줌 양은 많은데,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차츰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많이 나오지 않은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오줌이 마렵기 시작한다. 그냥 골프장까지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갔지만, 졸졸 나오는 정도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좀..

나의 이야기 2023.11.08

中庸의 한 句節

中庸(중용) 27장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故君子 尊德性而道問學 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 溫故而知新 敦厚以崇禮 (고군자 존덕성이도문학 치광대이진정미 극고명이도중용 온고이지신 돈후이숭례 ) 풀이를 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군자는 덕의 천성을 높여서 배움과 물음을 인도하여야 한다 광대한 경지에 이르되 정미함을 다하고 높고 밝은 것을 목표로 하되 중용으로 하여야 한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며 인후함을 돈독히 하고 예의를 높여야 한다. 위의 글에서 치광대이진정미(致廣大而盡精微), 극고명이도중용(極高明而道中庸)을 행서체로 쓴 나의 작품이 강북문화원에서 전시되고 있다. 자치회관마다 서예 강좌가 있어서 서예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쓴 위의 글을 다시 한번 읊어보면 아..

나의 이야기 2023.10.10

괴로움을 밑거름으로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아볼 때 괴로움이라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물론 기쁨이나 즐거움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지만, 괴로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리고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었다. 물론 괴로움에 있어서 언제나 그 원인 제공자들이 존재하곤 하였지만, 그 원인을 녹이거나 무시해버리지 못한 나 스스로가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나를 생각해 보면 후회가 참 많은 삶이다. 수시로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원하는 방향과 많이 벗어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큰 후회로 남는다. 어린 시절부터 대충 생각나는 것만 그려 보아도 아쉽게 여겨지는 선택들이 떠오른다. 우선 중학..

나의 이야기 2023.10.03

直道(직도)를 바라보며

바지를 하나 샀다. 살 때 분명 내 허리치수에 맞게 샀고, 그 후 바지길이를 내게 맞는 길이로 줄였는데, 이상하다. 입을수록 뭔가 어색하다. 허리는 예상외로 넉넉하고, 길이는 짧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바지를 짧게 입는 것이 아무리 유행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바지들과 비교하면서 제대로 길이를 잘 쟀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다. 사실 이런 착오가 바지 하나뿐이겠는가. 과거를 돌아볼 때 이런 경우가 허다하였다. 실제로 시행착오라는 것을 숱하게 거치며 사는 것이 인생이리라. 과거의 바름(正)이 곧 현재의 바름(正)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법이나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뀌기도 하고, 장소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고도 본다. 분명한 것은 눈으..

나의 이야기 2023.09.25

이 부끄러움을 어찌할까?

지난 광복절 경향신문에 梅泉(매천) 黃玄(황현) 선생과 관련한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중 아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콱 막혔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순절해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1910년 9월6일이었다. 경술국치(8월26일) 소식이 뒤늦게 매천 황현(1855~1910)이 은거하던 전남 구례에 전해졌다. 이때 동생(황원·1870~1944)은 형(매천)에게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나라가 망했는데, 왜 ‘아무개 공(某公)’ 같이 인망(人望)이 두터운 분이 죽지 않고 있는거냐”고 책망했다. 매천이 씩 웃었다.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남이 죽지 않는다고 뭐라 해서 되겠느냐. 나라가 망한 날에는 사람마다 죽어야 하는 것이다.” 이틀 뒤인 9월9일 새벽 매천은 홀연히 붓을 들어 ‘절명시’..

나의 이야기 2023.08.27

노 다이셀프(Know thyself)

노 다이셀프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는 말은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유명하다. 늘 겸손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한 말이다. 나의 지난 과거를 돌이켜볼 때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속세에서 흔히 말하는 출세를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겸손해야할 때, 겸손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물론 나를 내세워야 할 때 내세우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낮춰야 할 때 낮추지 못한 탓이 크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겸손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지만, 쉽지는 않다. 다만, 이러저러한 사람을 만나며 반면교사로 삼는다. 자치회관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있다. 취미, 건강, 노래, 악기, 외국어 ..

나의 이야기 2023.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