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57

서예 초대작가

2024. 1. 20.(토)은 나의 인생사에서 어쩌면 특별한 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약 10년전(2013. 12. 14) 시(詩)부문으로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한 날처럼 말이다. '한국서예`미술 진흥협회'로부터 "초대작가인정장(招待作家認定狀)"을 받았다. 동 협회가 주최하는 공모전에 3년간 작품을 출품한 결과 소정 점수(초대작가 12점)를 초과하였다. 첫해(2021년)에 특선과 입선으로 3점, 두번째해(2022년)엔 삼체장으로 5점(특선 포함), 세번째해(2023년)도 삼체장으로 6점(장려상 포함)을 취득하여 14점으로 초대작가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서예가 아니라도 나는 이미 시, 수필, 소설 등으로 작가라고 불리고 있는데, 타이틀 하나를 더 받은 셈이다. 사실 이런 타이틀이 무슨 소용있느냐는 생각도 들..

나의 이야기 2024.01.21

겨울 단상

겨울은 춥다. 춥기 때문에 겨울이다. 낮엔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도 아침 기온이 영하가 아니라면 겨울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올 겨울은 눈도 제법 내렸다. 겨울 하면 우선 눈부터 생각나는 것은 다른 계절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도 많지만, 눈꽃의 풍경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이는 없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겨울은 확실히 아름다운 계절이다. 하지만, 없는 자에겐 매우 힘든 계절이다. 춥고 배고프던 어린 시절, 동네 어른한테 들은 얘기 중 하나는 "여름에 더워서 죽는 사람은 없어도 겨울에 얼어 죽는 사람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젠 여름에 전력소모량이 더 많은 세상이 되었지만, 대개 시골에서 더우면 그늘에서 쉰다거나 다리 밑의 바람 부는 곳으로 가서 더위를 ..

나의 이야기 2024.01.13

어디로 갔을까?

없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濟男學校(제남학교) 인장이 안 보인다. 그 인장은 언제나 책장 아래에 붙어있는 서랍에 놓아두었었다. 그런데 그곳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없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올 때 매우 중요한 귀중품이라고 종이에 잘 싸서 별도의 서류 가방에 따로 담아 놓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류 가방들을 모두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찾을 수가 없다. 잘 보관한다고 별도로 취급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아무리 온 집안을 뒤져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누가 종이뭉치 쓰레기라고 버렸는지 모른다. 내가 지금 무슨 착각 속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잘못이다. 나의 큰 잘못이다. 이 도장은 어차피 내가 주인도 아니기 때문..

나의 이야기 2023.12.23

山客(산객)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칠언절구 漢詩(한시) 한수를 써 보았습니다. 제목은 山客 (산객 - 산속 나그네)으로 涵月 海源 (함월 해원) 스님이 지은 시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山梅落盡野花飛 (산매낙진야화비) 산에 매화꽃 지고 들꽃도 지니 谷口春殘客到稀 (곡구춘잔객도희) 골짜기에 봄기운은 사라지고 사람발길 뜸하네 遙望千峰紅樹裏 (요망천봉홍수리) 멀리 산봉우리 붉은 숲 속을 바라보니 杜鵑啼處一僧歸 (두견제처일승귀) 두견새 우는 곳에 한 스님이 돌아오네. 위 시의 시심에 앞서 형식에 대해 아는 체를 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韻은 微 운목에 飛, 稀, 歸 운을 사용하였습니다. 起句의 2번자인 梅가 평성이므로 平起式(평기식) 칠언절구라고 하겠습니다. 첫째 구를 보면 山과 梅는 평성, 落은 입성, 盡은 상성..

나의 이야기 2023.12.14

詩(시)와 書藝(서예)

나는 올해도 "한국서예,미술진흥협회"로부터 서예로 상을 받았다. 이제 그곳에서 3년 연속이다. 2021년에 특선(예서)과 입선(행서), 2022년에 삼체상(예서-특선, 해서-입선, 행서-입선), 그리고 올해(2023년)도 삼체상(추사체-장려상, 행서-입선, 예서-입선)을 받음으로써 2021년 3점, 2021년 5점, 2023년 6점을 획득하여 합계 14점으로 12점 이상에게 주어지는 '초대작가' 자격증도 갖게 되었다. 추사체는 솔직히 이제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데, "장려상"이라는 상을 주는 바람에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精進(정진)하려고 한다. 위의 글은 蓮坡(연파)선생의 戒子垂箴(계자수잠)에 있는 글이다. 한글로는 "충린인 구환난 제상애 서관용 기불욕 의물선"으로 뜻을 풀이하면 "..

나의 이야기 2023.12.04

능력의 차이와 운명

한 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자를 보면, 그렇게 글씨를 쓴 사람이 우습게 보였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는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노라면 맞춤법을 엉망으로 쓴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 글들은 지금도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물론 남의 글을 퍼 나른 글보다는 관심을 갖고 읽게 되지만, 그 사람이 쓴 내용에 앞서 그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였다. 당연히 신세대의 줄임말이나 재미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는 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무슨 내용의 글을 어떻게 잘 썼느냐를 판단하기에 앞서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을 읽노라면 피자를 김칫국물에 찍어먹는 기분이다. 맞춤법뿐만 아니라 오자나 탈자를 보내는 사람에 대하여도 수준 이하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의 이야기 2023.11.24

막힘의 고통 (하)

발병 3일째 날(11. 2.)이다. 종합병원이 아니면 불신하는 마누라 말에 따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이렇게 챙겨주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만약 혼자였다면 다시 동네 병원이나 갔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누가 옆에 있다는 것이 꼭 得(득)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날도 결과적으론 돈과 시간만 허비하였다. 업무시간보다 일찍 서둘러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시간이 급하다는 말을 담당자에게 전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의사 선생이 말하길 당분간 오줌줄을 달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너무 힘드니 급하게 수술해 줄 수 없겠습니까?" "수술일정이 꽉 차서 아무리 빨리 잡아도 약 1개월 후에나 가능합니다." "먼저 오늘은 ..

나의 이야기 2023.11.10

막힘의 고통 (상)

힘든 고비를 넘겼다고 하지만, 지금도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인은 전립선 비대로 인한 것이었지만, 약에 대한 무지와 대처를 잘못한 탓으로 지금도 심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솔직히 많이 힘들다. 시작은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골프 약속에 따라 새벽에 차를 몰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남에 따라 오줌이 마렵기 시작하여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게소 화장실로 갔다. 안에 있는 오줌 양은 많은데,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차츰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많이 나오지 않은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오줌이 마렵기 시작한다. 그냥 골프장까지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갔지만, 졸졸 나오는 정도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좀..

나의 이야기 2023.11.08

中庸의 한 句節

中庸(중용) 27장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故君子 尊德性而道問學 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 溫故而知新 敦厚以崇禮 (고군자 존덕성이도문학 치광대이진정미 극고명이도중용 온고이지신 돈후이숭례 ) 풀이를 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군자는 덕의 천성을 높여서 배움과 물음을 인도하여야 한다 광대한 경지에 이르되 정미함을 다하고 높고 밝은 것을 목표로 하되 중용으로 하여야 한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며 인후함을 돈독히 하고 예의를 높여야 한다. 위의 글에서 치광대이진정미(致廣大而盡精微), 극고명이도중용(極高明而道中庸)을 행서체로 쓴 나의 작품이 강북문화원에서 전시되고 있다. 자치회관마다 서예 강좌가 있어서 서예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쓴 위의 글을 다시 한번 읊어보면 아..

나의 이야기 2023.10.10

괴로움을 밑거름으로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아볼 때 괴로움이라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물론 기쁨이나 즐거움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지만, 괴로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리고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었다. 물론 괴로움에 있어서 언제나 그 원인 제공자들이 존재하곤 하였지만, 그 원인을 녹이거나 무시해버리지 못한 나 스스로가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나를 생각해 보면 후회가 참 많은 삶이다. 수시로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원하는 방향과 많이 벗어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큰 후회로 남는다. 어린 시절부터 대충 생각나는 것만 그려 보아도 아쉽게 여겨지는 선택들이 떠오른다. 우선 중학..

나의 이야기 2023.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