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41

조상의 비석들을 보며

辛丑年(신축년) 설날을 맞이하여 아들 부부와 조상님들 산소에 갔다 왔다. 나의 조상님들 산소에는 크고 작은 비석들이 있다. 세상에 알려진 대단한 집안은 아니지만, 뿌리있는 집안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인지 종손인 큰집 아저씨가 생전에 고조부모와 증조부모의 비석을 세우는데 힘썼다. 후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명절이 되면 제일 먼저 찾아뵙는 고조부모의 산소부터 들렀다. 고조부인 錦士(금사) 朴恒來(박항래) 공은 자랑스러운 선조이다. 여러 문헌을 보면 나라와 백성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 비석엔 "가선대부 박공 위 항래지묘"라고 쓰여있다. 가선대부는 종 2품 벼슬이다. 그 옆에는 "배 정부인 인동장씨 부우"라고 되어 있다. 종2품 의 부인은 정부인이라고 부른다. 나의 고조모는 인동 ..

나의 이야기 2021.02.17

코로나 횡설수설

솔직히 지겹다. 코로나로 불편을 겪으며 1년이 지났다. 평생교육원이나 자치회관에 다니며 배우던 서예나 문인화 등의 수업을 못 받은 지 거의 1년이다. 물론 중간에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다닌 적은 있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사실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작년 봄만 해도 날씨가 더워지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는 무더웠던 여름에도 지칠 줄 모르더니 결국 사계절을 휘젓고 다니다가 한해를 넘겼다. 여하튼 이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재미도 없고 답답하다. 더구나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다니던 회사마저 몇 개월 전부터는 다니지 않게 됨에 따라 더 답답함을 느꼈는지 모른다.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경자년은 세계 모두가 힘겹게 기억될 그런 해가 되고 말았다. 경자년을..

나의 이야기 2021.01.10

도움받으며 사는 세상

아무래도 한정식집에서 먹은 점심이 잘못된 모양이다. 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코로나 2단계 이전으로 어머니의 구순을 축하하려고 직계가족들이 모였던 어느 일요일의 일이다. 장남인 나의 주도하에 5남매와 그 자식들이 동학사 근처의 음식집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내가 먹은 음식 중 무엇이 잘못된 모양이다. 모임이 끝난 후 어머니를 大田(대전) 집에 모셔 드린 후 집사람과 함께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특별한 것을 먹은 것 같지도 않은데, 배가 아파서 참기 힘들었다. 운전을 하기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배에서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어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에 갔다. 점심에 먹은 것을 생각해보니 굴을 먹은 것이 원인이다. 사실 많이 먹지도 않고 2개를 초장에 찍어 먹었을 뿐인데, 아무래도 ..

나의 이야기 2020.12.18

불편한 자유

언제부터인지 불규칙의 자유로운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규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생활을 이어온 것 같은데, 이제 규칙은 어디로 가고 불규칙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불규칙은 매일 출근하던 회사를 퇴직한 후 실업자 생활을 하거나 출근을 하더라도 일주일에 2~3일 정도만 다니면서 시작된 것 같다. 출근도 요일이나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활 리듬이 헝클어진 상태에서 자유 아닌 자유를 누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간혹 느끼는 것이지만, 때론 자유보다 구속이 편하다. 우선 잠자는 것이 제 멋대로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밤 11시에 취침하고, 아침 6시에 기상이라는 어떤 룰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그야말로 완전 제멋대로이다. 최근엔 초저녁에 몇 시간씩 잠들..

나의 이야기 2020.11.23

英陵(영릉)과 寧陵(영릉)

여주에 있는 英陵(영릉)과 寧陵(영릉)을 다녀왔다. 한글로는 같은 영릉이지만, 한자로는 다르다. 英陵(영릉)은 세종대왕릉이고, 寧陵(영릉)은 효종대왕릉이다. 한글을 사용하는 국민으로서 가끔이라도 세종대왕릉에 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자세를 바로 하면서 주변을 돌아다녔다. 주차를 하고, 안내문을 보며 문화관 앞에서 일단 셀카 한장을 찍었다. 입장료는 500원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당연 무료이다.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닌 관계로 500원을 내고 입장했다. 두 능의 차이 중 하나는 英陵(영릉)은 합장릉이고, 寧陵(영릉)은 쌍릉이라는 것이다. 부부가 죽어서 한곳에 묻히는 합장릉이 좋을까? 아니면 옆이나 위,아래로 있는 쌍릉이 좋을까? 지금은 대부분 화장을 하기 때문에 별 의미없는 자문이지만, 부..

나의 이야기 2020.11.13

좋은 사람 기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 최근 K는 이 말을 자주 한다. 솔직히 진정성 없이 장난으로 툭 던지는 말이기에 어떤 무게를 조금도 느끼지 못하지만, 찬 바람이 부는 계절로 K도 뭔가 허전하긴 한 것 같다. 즉, 어쩌면 진담이 조금 섞여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발이 넓지 못한 나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나 자신 아무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속마음을 확실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대개 여자들은 여러 조건이 많다. 우선 건강해야 하고, 돈도 좀 넉넉하게 있어야 하고, 거주할 곳으로 집도 좀 괜찮은 곳이어야 하고, 차도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는 차면 좋고, 나이도 적당해야 하고, 직..

나의 이야기 2020.10.01

아버지와 나

아버지가 쓴 책 중에서 가장 말년에 펴내신 "차마 어쩌지 못한 인생"이란 책을 최근에 다시 꺼내 보다가 마지막 페이지가 "169"라는 숫자에 눈이 꽂히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약 2년 전에 펴낸 "기울어짐에 대한 단상"이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역시 같다. 아버지의 책과 내 책이 어떻게 똑같이 169 페이지의 책으로 되어 있는 것일까? 물론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이런 것까지 "어쩜 이리 같을까"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전율이 일었다.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닮았다는 말을 엄청나게 많이 듣고 들었다. 특히, 외가 쪽에 놀러 가면 그 동네 사람들은 나만 보면 "완전 빼다 박았다"는 말을 수시로 하였다. 그런데 당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존경이나 사랑이 담긴 말투가 아니..

나의 이야기 2020.09.17

시서화(詩書畵)

무궁화의 날은 8월 8일이다. 8.8. 을 무궁화의 날로 지정한 이유는 8자를 옆으로 누이면 무한대 표시가 되어 무궁화와 관련지을 수 있기 때문에 민간단체에 의해 그렇게 정해졌다고 한다. 따라서 매년 그 맘때가 되면 국회에서 관련 행사를 하는데, 올해는 8.8. 이 토요일인 관계로 하루 앞당겨 8.7. 에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그것도 코로나로 행사 자체가 무산되고, 작품들만 국회 의원회관에서 3일동안 전시되었다. 아래는 나의 작품이다. "무궁화삼천리 화려강산 민족정기 만개"라고 적었다. 나는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비록 큰 상은 아니지만, 의원회관에 내 작품이 전시되었다는 그 자체로 만족한다. 최근 나는 문인화를 그리는 것에도 열중하고 있는데, 이를 시작한 이유는 이왕에 시를 쓰고 글씨를 쓴 김에..

나의 이야기 2020.08.28

재능의 차이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물을 내리는데,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 수조 덮개를 열고 안을 살피니, '레버 구슬 마개 줄'이 떨어져 있다. 일단 손으로 마개를 올려 물을 내리긴 하였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줄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모르겠다. 괜히 신경질이 나고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변기에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런 고장이 난 것이다. 괜히 집사람을 원망하게 된다. 분명 집사람이 무엇을 잘 못 건드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당신 이거 고장 냈지"라고 하면서 감정 섞인 말을 내뱉으면 티격태격하게 될 것 같아 참았다. 대개 모든 싸움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 혼자 고쳐보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아무래도 ..

나의 이야기 2020.08.18

출근 인생길

요즘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서울의 남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북동쪽 끝에서 그곳까지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아침 출근시간에 자동차로 가면 약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상습적으로 막히는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하철로 가더라도 최소 1시간 4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장, 단점을 비교해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 19 시기에 장시간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를 권장하는 사회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여하튼 지금까지의 직장생활 중 지금보다 더 먼 거리로 출근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

나의 이야기 2020.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