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41

손해가 편하다

나는 얼마 전에 5년 이상 타고 다니던 차를 팔았다. 요즘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차를 이용하지 않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그에 따라 아파트 주차장에 맥없이 세워놓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때는 일주일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괜히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차를 보유함에 따른 비용(자동차세, 보험료, 주차료 등)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없는 불편이 차를 가지고 있음에 따른 비용 및 번거로움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삶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날아오르는 연줄을 끊으면 연이 더 높이 날 줄 알았는데, 그 연은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라거나 "철조망을 없애면 가축들이 더 자유롭게 살 줄 알았는데, 사나운 짐승에게 잡아먹히고 말았..

나의 이야기 2021.08.16

부질없는 인생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매년 그렇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내 생일을 전후로 무덥지 않은 날이 없었다. 비가 시원하게 내렸던 경우도 별로 없다. 여름 중에서도 여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태양은 이글거리고 대지는 벌겋게 달아오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태어난 날을 생각하니 무엇보다 우선 어머니가 생각난다. 이 삼복더위에 어머니는 얼마나 고생했을까. 그래도 딸을 낳은 후 아들을 낳아서 어깨를 스스로 조금은 폈겠지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들을 형편의 집이 아니었다. 가난한 살림에 시부모나 시동생 등 돌볼 사람만 많고 돌봐줄 사람은 없었다. 당신 스스로 땀띠로 고생하는 갓난아기를 위해 밤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그 어머니가 아흔 한 살이다. 최근 들어 귀도 잘 안 들리고, 무..

나의 이야기 2021.08.06

소심한 복수

회의실에 어떤 젊은 여자가 앉아 있기에, 누구냐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오늘 면접 보러 온 지원자라고 한다. 회사는 며칠 전부터 자금 및 경리를 담당할 직원을 구한다고 하더니 그와 관련하여 면접을 보러 온 구직자였다. 그런데 회의실에 앉아 있는 그녀를 얼핏 보니 어디서 본 얼굴이다.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분명 어디서 본 것이 확실한데, 기억 회로를 열심히 가동시켜도 잡히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내 기억에 상당히 안 좋은 인상으로 박혀있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퇴근할 무렵 갑자기 떠올랐다. "그래! 맞아! 뒤로 묶은 머리!"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이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달려가서 자리를 차지하던 "..

나의 이야기 2021.07.22

삐빅인생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동 입구 현관문을 열려고 카드를 대면 "삐빅"이라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린다. 왜 그런 소리가 나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처음엔 그 소리에 거부감이 들었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자주 듣다 보니 이젠 원하는 대로 통과해도 좋다는 신호로 인식된다. 조금 더 비약하면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이순(耳順)의 소리로 들리며 "네가 가고 싶은 대로 가라"거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도 괜찮다"는 소리로 여겨진다. 최근 나는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았다. 주민센터에서 카드를 받으러 오라고 통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카드를 받고 보니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선 그냥 일반 교통카드가 아니고 "어르신"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 2021.06.30

잠 못 이루는 밤

꿈속을 헤매는 중에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깊은 잠과 얕은 잠을 반복하다가 잠을 깼다. 도대체 얼마나 잤는지 분간도 되지 않으며, 내 몸이 침대에 있다는 것만 알아차릴 정도이었다. 절반만 깬 상태에서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내 나이보다 더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올렸다. 시계의 시침은 2자를 가리키고 있다. "아니, 이 밤중에 뭐 하는 거야?" "깼어? 미안해요~ 저혈당으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마누라가 새벽 2시에 고기를 먹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마누라가 당뇨로 고생을 한지는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고, 이제는 무엇으로도 조절이 되지 않는다. 한때는 약이나 인슐린 주사로 조절이 가능했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혈당 수치가 춤을 춘다...

나의 이야기 2021.06.07

뒷산의 둘레길을 걸으며

서울에 있는 산들은 거의 모두 둘레길을 만들어 놓았다. 비교적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북한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고 오르막 내리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은 좀 힘이 많이 드는 곳도 있고, 의외로 계단이 많은 곳도 있다. 북한산은 서대문 안산이나 상계동의 불암산에 비해 계단이 많다. 그리고 거리도 길다. 북한산의 둘레길은 하루에 다 돌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약 45Km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와 접해있는 곳을 조금 오르면 솔샘길 구간이라는 팻말이 나온다. 4구간이라고 하는데, 정릉 탐방안내소까지의 구간이다. 약 2Km이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흰구름길 구간이라고 한다. 즉, 아파트와 접해있는 계단을 오르면 솔샘길 구간과 흰구름길 구간의 경계가 나온다. 솔샘길 구간도 가보긴 ..

나의 이야기 2021.05.18

가슴졸인 46시간

코로나의 확진자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도, 나하고는 크게 상관없는 먼 곳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누가 코로나에 걸려서 어떻게 되었다는 말을 들어도 나와 직접 연관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어느덧 내 주변 가까이에 와 있었다. 사실 그동안 이러저러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 출퇴근시 붐비는 지하철은 많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복잡한 차내에서 어떤 이는 거리낌없이 대화를 나누는 이도 있고, 전화를 하는 이도 있다. 그래도 모두들 마스크를 착용한 덕분인지, 크게 문제가 된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보면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그룹들을 옆에서 만나곤 하는데, 솔직히 좋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나의 이야기 2021.05.07

이사를 하고나서

이사를 하였다. 나이를 먹으면 함부로 집을 옮기는 것이 아닌데, 어찌하다 보니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를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중개소의 회유도 있었고,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 집사람의 성격 등이 한몫했다. 물론 집을 매각함에 있어서 나의 묵시적 동의도 있었다. 나의 묵시적 동의엔 타로점이 약간의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작년에 여러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였는데, 그중 타로 심리상담사 자격증이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타로점을 보았더니,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좋다는 점괘가 나왔다. 무엇보다 부동산중개소 입장에서는 계속 우리 집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범은 부동산중개소가 아닌가 한다. 자기 지역의 아파..

나의 이야기 2021.04.02

무궁화세계 서집운

요즘 무궁화와 관련한 서예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무궁화 미술대전의 서예부문에 응모하기 위함이다. 사실 입상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응모한다는 목표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궁화와 관련한 글씨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리면서 詩書畵(시서화)를 교양필수로 알던 선비의 흉내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에 무궁화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을 것이다. 나이를 먹으며 기억이 가물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라사랑과 관련하여 무궁화에 대한 교육은 누구나 받았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무궁화를 교정에 심어서 키우는 초등학교들이 많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이기 때문에 부정적..

나의 이야기 2021.03.11

의자를 보낸 후

이사는 단순히 집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러저러한 사물들과도 헤어짐을 강요받는다. 최근 이사를 앞두고 거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안마의자를 떠나보낸 후 왜 이렇게 허전한지 모르겠다. 그동안 많은 물건들과 만나고 헤어졌지만, 지금처럼 허전함을 느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들이 약 5년 전 나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사준 것으로 아무래도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당시 그 의자가 들어올 때는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겼다. 우선 집에 어울리지 않게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좁은 우리 집에 놓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의자가 왔을 당시 나는 많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집사람은 그게 아니었다. 아들이 하는 짓(?)은 무조건 좋게 보는 습관 탓인지, 나의 반응..

나의 이야기 202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