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자정을 지나면서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어제 피곤한 탓인지 일찍 잠이 들었다가 벨 소리에 놀라 눈을 뜬 시각이다. 거실엔 불이 켜져 있고, 벨 소리가 나던 거실 탁자 위엔 마누라의 핸드폰이 얌전히 놓여있다. 그런데 마누라가 보이지 않는다. 집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없다. 베란다에도 없고, 욕실에도 없다. 실없는 사람처럼 어디에 있냐고 불러보며 이불도 들춰본다. 마누라의 핸드폰이 이곳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전화를 걸어본다. 집에 없는 사람이 받을리 없다. 여지없이 귀에 익은 벨 소리만 울릴 뿐이다. 이 늦은 시간에 마누라는 어디를 간 것일까? 언제나 끼고 다니는 핸드폰을 두고 말이다.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집의 여기저기를 왔다갔다하다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