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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천 벚꽃을 보며

우이천 벚꽃을 보며 봄바람을 타고 난리가 났다 백옥처럼 하얗고 새색시 볼 같은 연분홍의 웃음이 촘촘하게 하늘을 가리니 파랗게 질린 구름이 가던 길을 잃었다 시냇물도 가기 싫어 뒤틀고 뒤돌아보며 뒷물결에 밀려 마지못해 지나가고 새들도 재잘거림을 멈추고 숨바꼭질하기 바쁘다 만개가 가져간 눈을 돌려주지 않아 한참을 서 있노라니 그 속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우리가 있네 그래그래 푸른 잎 돋아나서 청춘들이 자리 잡을 때까지 매혹적인 이 모습 이대로 가보는 거다

나의 시 문장 2024.04.08

비겁에 대하여

나는 오래전부터 "悲慾(비욕)"이라는 제목으로 장편 소설 하나를 쓰고 있다. 은행을 퇴직한 후, 2011년 초부터 2019년 초까지 어느 전자부품 제조업체를 다녔는데, 그 기간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약 8년이란 기간에서 퇴직과 재입사를 몇 번 반복하여 중간에 다니지 않은 기간은 약 1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감안할 때 그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은 약 7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 그 회사가 2015년 가을에 부실화되어 관리업체가 되었고, 2016년 가을 이후에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출근하였기 때문에 소설의 바탕이 되는 기간은 2011년 초부터 약 4년간의 생활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기간 동안에 회사가 어떤 사유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어떻게 도산되었는가에 대하..

나의 이야기 2024.03.31

아직도 냉전중

아직도 냉전 중 내가 결혼한 지 어느덧 39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나의 결혼 39주년 기념일은 그야말로 엉망이 되고 말았다. 나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날로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결혼기념일을 4쌍의 부부들이 모이는 ME( marriage encounter, 성당 관련 부부모임) 일자로 잡은 것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왕 모이기로 약속한 날이기에 모임 장소인 '삼각지역'으로 갔다. 예전에 한 번이라도 지나친 적은 있었겠지만, 주변 풍경으로 볼 때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당초 목적지로 삼았던 "용리단길"은 MZ 세대들에겐 인기가 있는 곳인지 몰라도, 나 자신이 젊지 못한 탓인지 눈여겨 볼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일단 점심시간이 되어 근처 삼계탕 집에서 닭볶음..

나의 이야기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