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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단상

겨울은 춥다. 춥기 때문에 겨울이다. 낮엔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도 아침 기온이 영하가 아니라면 겨울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올 겨울은 눈도 제법 내렸다. 겨울 하면 우선 눈부터 생각나는 것은 다른 계절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도 많지만, 눈꽃의 풍경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이는 없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겨울은 확실히 아름다운 계절이다. 하지만, 없는 자에겐 매우 힘든 계절이다. 춥고 배고프던 어린 시절, 동네 어른한테 들은 얘기 중 하나는 "여름에 더워서 죽는 사람은 없어도 겨울에 얼어 죽는 사람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젠 여름에 전력소모량이 더 많은 세상이 되었지만, 대개 시골에서 더우면 그늘에서 쉰다거나 다리 밑의 바람 부는 곳으로 가서 더위를 ..

나의 이야기 2024.01.13

悲慾(비욕) - 18

18. 계속 부는 바람 박호진 상무는 천태운의 전무 승진 소식을 접하고 허방진 회장실로 갔다. 박 상무는 그동안 허 회장과의 관계를 그려보며, 자신이 실질적으로 이 회사의 2인자라고 여겨왔던 것을 확인해보고자 하였다. 우울해진 기분을 최대한 숨기고, 얼굴에 특유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회장님! 천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셨더군요. 잘하셨습니다. 공석인 자리를 빨리 채운 것은 매우 잘하신 일이라고 봅니다. 저도 천 전무와 더불어 좀 더 큰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의 친정 업체인 S전자가 저를 바라보는 눈도 있고 하니 저에게도 적절한 명함이 있었으면 합니다." 한마디로 자신도 승진을 시켜달라는 말로 천태운을 전무로 승진시켰으니 자신도 최소 전무는 시켜달라는 말이었다. 더 나아가 비어있는 사장 자리에 탐을 ..

장편소설 2024.01.04

어디로 갔을까?

없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濟男學校(제남학교) 인장이 안 보인다. 그 인장은 언제나 책장 아래에 붙어있는 서랍에 놓아두었었다. 그런데 그곳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없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올 때 매우 중요한 귀중품이라고 종이에 잘 싸서 별도의 서류 가방에 따로 담아 놓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류 가방들을 모두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찾을 수가 없다. 잘 보관한다고 별도로 취급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아무리 온 집안을 뒤져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누가 종이뭉치 쓰레기라고 버렸는지 모른다. 내가 지금 무슨 착각 속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잘못이다. 나의 큰 잘못이다. 이 도장은 어차피 내가 주인도 아니기 때문..

나의 이야기 202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