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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慾(비욕) - 37

37. 때늦은 후회  회사는 회장이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한동안 뒤숭숭했다. 오 상무는 몇 개월에 걸쳐 법원을 들락거리며 허 회장의 변론 답변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담당 변호사는 오 상무가 작성한 글에 앞면만 붙여서 제출하곤 했다. 소송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고, 결론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선고되었다. 감옥에 가지 않게 된 것에 대하여 허 회장은 오 상무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허 회장은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시련을 겪은 탓인지 그동안 많이 늙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한 것은 각종 세무조사와 더불어 검찰 및 법원 등을 오가면서 그 많던 재산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약 10년 이상 각종 리베이트 형식으로 엄청난 돈을 모았지만, 결국 각종 세금과 추징금 등으로..

장편소설 2025.03.24

코피의 반란

(복용하고 있는 고지혈증 약으로 아스피린성분이 있음)  약 2주 전부터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간해서는 코피가 나지 않았다. 어쩌다 큰 충격이나 누적된 피로 등으로 코피가 나더라도 살짝 비치는 정도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약간 흐르다가도 금방 멈추곤 했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면서 코피를 흘린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무슨 이유인지 자꾸만 코피를 쏟는다. 게다가 흘리는 양도 상당하다. 고지혈증 약으로 먹는 아스피린과 같은 약이 코피를 더 흘리게 했을 것으로 본다. 여하튼 솔직히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지병인 고혈압이 그 원인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더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약 2주 전, 아침에 일어나 화장..

나의 이야기 2025.03.21

悲慾(비욕) - 36

36. 몰아치는 태풍  세상사 대부분이 그렇듯이 좋지 않은 일은 겹쳐서 온다.현재의 인력구조와 시스템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연못가에서 한참 머물던 오 상무가 사무실로 들어오니, 구매부문뿐만 아니고 전 부문의 사무실이 어수선하다. 약 20명의 세무조사원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회장실을 비롯한 각 부문의 사무실로 들이닥친 그들은 모든 손을 멈추게 하고 외부 출입도 통제시켰다. 그리고는 닥치는 대로 책상 위나 책상 속에 있는 서류 혹은 USB 등을 가져온 빈 박스에 쓸어 담았다. 오 상무 방에 있는 각종 서류들도 모두 박스로 이동되었다. 국세청 조사 4국에서 나왔다고 한다. 대개 세무조사라고 하면 관할 지방청에서 나오는 것인데, 본청의 조사 4국에서 나왔다는 자체가 불길하다. 국세청 조사 4국은 주..

장편소설 202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