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39

悲慾(비욕) - 39

39. 메일 폭풍 오 상무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니 어김없이 수많은 메일들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협력업체들로부터 대금을 결제해 달라는 메일들로 협박성이 대부분이다. 대금 결제를 요구하는 이런 종류의 메일은 매일매일 넘쳐난다. 예전과 다른 점이 았다면 약 6개월 전만 해도 대부분 읍소형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이 협박하는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거의 모두가 돈과 관련된 것으로 처리해 줄 수 없는 것들이기에 이런 메일을 읽을 때마다 오 상무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오는 메일도 최근 들어 엄청나게 증가했다. 당연히 생산 관련 부서와 해외법인들로부터 자재를 빨리 보내달라는 메일이 대부분이다. 그 내용들을 보면 급하지 않은 곳이 없다. 거의 모든 생산 라인에서 아우성이다. 그리고 그..

장편소설 2025.04.07

悲慾(비욕) - 38

난생처음 장편소설이라는 명목으로 "悲慾(비욕)"이라는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단편소설은 몇 편 발표를 했고, 또 구상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장편소설은 아마 이 소설이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그런데 아무리 장편이라곤 하지만, 쓰다가 중단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너무 장기간에 걸쳐 쓰다 보니 당초 의도했던 방향에서 약간 틀어져 있고, 기억의 한계로 어긋난 구성도 보인다. 그리고 어느 부분은 시간상 순서도 삐걱거리면서 처음 시작할 때 내고자 했던 색깔과도 좀 다르다.하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이젠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힘을 내서라도 일단 마무리는 지으려고 한다. 이는 어느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약 5회 이내에 이 소설을 마무리 지은 다음..

장편소설 2025.03.30

悲慾(비욕) - 37

37. 때늦은 후회  회사는 회장이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한동안 뒤숭숭했다. 오 상무는 몇 개월에 걸쳐 법원을 들락거리며 허 회장의 변론 답변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담당 변호사는 오 상무가 작성한 글에 앞면만 붙여서 제출하곤 했다. 소송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고, 결론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선고되었다. 감옥에 가지 않게 된 것에 대하여 허 회장은 오 상무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허 회장은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시련을 겪은 탓인지 그동안 많이 늙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한 것은 각종 세무조사와 더불어 검찰 및 법원 등을 오가면서 그 많던 재산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약 10년 이상 각종 리베이트 형식으로 엄청난 돈을 모았지만, 결국 각종 세금과 추징금 등으로..

장편소설 2025.03.24

悲慾(비욕) - 36

36. 몰아치는 태풍  세상사 대부분이 그렇듯이 좋지 않은 일은 겹쳐서 온다.현재의 인력구조와 시스템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연못가에서 한참 머물던 오 상무가 사무실로 들어오니, 구매부문뿐만 아니고 전 부문의 사무실이 어수선하다. 약 20명의 세무조사원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회장실을 비롯한 각 부문의 사무실로 들이닥친 그들은 모든 손을 멈추게 하고 외부 출입도 통제시켰다. 그리고는 닥치는 대로 책상 위나 책상 속에 있는 서류 혹은 USB 등을 가져온 빈 박스에 쓸어 담았다. 오 상무 방에 있는 각종 서류들도 모두 박스로 이동되었다. 국세청 조사 4국에서 나왔다고 한다. 대개 세무조사라고 하면 관할 지방청에서 나오는 것인데, 본청의 조사 4국에서 나왔다는 자체가 불길하다. 국세청 조사 4국은 주..

장편소설 2025.03.09

悲慾(비욕) - 35

35. 갱생가능 없음  우선 사업장의 생산직 직원을 제외한 사무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총무 및 자금, 미래전략, 영업, 생산관리, 구매, 품질 등 총 6개 부문으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각 부문당  3분의 1에 해당하는 직원을 정리 해고 시키기로 했다. 일률적으로 3분의 1을 해고시키는 것에 대하여 임원 회의에서 오 상무는 부당함을 내세웠다. 현재 직원수로 볼 때 영업은 구매보다 약 6배가 많고, 생산관리는 약 4배가 많은데, 각 부문당 똑같이 3분의 1을 줄이면 직원수가 적은 쪽에서는 남아 있는 직원의 업무 가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높아져 운영에 큰 차질을 가져오니 고려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다른 부문장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오 상무는 부문 직원 명단을 보며 약 이..

장편소설 2025.03.03

悲慾(비욕) - 34

34. 다시 부는 찬바람  노사 간 봉합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회사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내리막길로 내달렸다. 경쟁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라는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회사의 고질적인 병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불화가 더 큰 원인이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부회장 겸 사장인 천태운의 공격적인 경영이 최선이라는 그의 오판이었다. 무리하게 중국과 베트남에 사업장을 증축 혹은 신축하면서 5개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허 회장의 묵인하에 천 사장이 건물을 짓는데 열을 올리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를 실행하면서 공사대금을 크게 부풀려 놓고, 건축업자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고자 함이었다.  약 5년 전만 해도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하던 회사는 수시로 은행 문턱을 들락거리며 ..

장편소설 2025.02.27

悲慾(비욕) - 33

33. 업무분장 갈등 (3)  오 상무는 구매부문의 김명혜 대리도 저녁 식사 장소에 데리고 갔다. 왜냐하면 정수미 대리와 김 대리는 회사 내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자주 만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 상무가 정 대리와 단 둘이 만난다고 하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염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정 대리가 먼저 입을 연다."상무님!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무님이 '별빛포엠'이라는 월간지에 매월 발표하는 시는 잘 읽고 있습니다. 상무님 시는 어렵지 않은 시어들로 가슴에 다가와 감명을 줍니다."시 이야기가 나오니 한때 문학소녀이었다는 김 대리도 거든다."저도 상무님 시를 엄청 좋아하지만, 수미는 완전 찐팬이에요. 상무님 시를 거의 줄줄 외운다니까요.""허..

장편소설 2025.02.21

悲慾(비욕) - 32

32. 업무분장 갈등(2)  "아니, 오상무! 내 회사의 어떤 업무를 내 맘대로 맡기지도 못한단 말이오?""제 말씀은 인사 등을 비롯한 경영을 천 사장에게 맡겨 놓은 상태이니, 업무 분장은 그와 먼저 협의가 먼저일 것이고, 더구나 CFO는 오래전부터 천 사장이 직접 맡고 있는 것이기에 그리 말씀드린 것입니다. 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회사 내의 파워는 인사, 조직, 자금 등 회사의 주요 업무를 많이 하고 있는 자에게로 쏠리게 되어 있다. 허 회장이 아무리 회사의 주인이라곤 하지만, 경영을 천 사장이 하고 있기에 천 사장의 동의 없이 CFO를 오 상무에게 맡긴다는 것은 분란을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제원 상무로써는 당연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무엇보다 천 사장이 CFO업무를 남에게 맡길 ..

장편소설 2025.02.13

悲慾(비욕) - 31

31. 업무분장 갈등(1)  오 이사의 노사 간 봉합 시도 노력으로 회사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오 이사의 요청에 의해 허 회장의 진심 어린 사과를 이끌어낸 것이 봉합을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 일을 겪은 후 오 이사는 많은 직원들로부터 큰 신임을 얻었다. 또한 오 이사의 요청에 의해 부장급 이상의 임직원들은 일반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하여 업무시간에 열심히 일하는 모범을 보였다. 확대 간부 회의나 기술 회의를 비롯하여 각종 회의시 자주 다투는 모습도 자제했다.그렇다고 과거의 상처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무소불위로 권력을 휘두르는 천태운 사장에 대한 일부 직원들의 불만은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었다. 허방진 회장이 경영 실무에서 손을 떼고 회장실에 앉아 종일 인터넷으로..

장편소설 2025.02.09

悲慾(비욕) - 30

30. 봉합시도 2  허 회장은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자기 나름대로 종업원들에게 상당히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종업원들의 눈빛이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최근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직원들을 구조조정시키고, 그로 인해 남아있는 직원들의  업무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애써온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중소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학교까지 직원 자녀 학자금 지급, 직원 결혼시 임대주택 제공, 격지 근무자나 미혼인 직원들에게 기숙사 제공, 철마다 양질의 근무복 지급 등 직원들을 위한 각종 복지혜택에 힘써 온 것들을 생각하니 배신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급여가 비슷한 업종의 다른 중소기업들에 비해서는 약 1.5배 수준이다...

장편소설 20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