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40

悲慾(비욕) - 30

30. 봉합시도 2  허 회장은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자기 나름대로 종업원들에게 상당히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종업원들의 눈빛이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최근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직원들을 구조조정시키고, 그로 인해 남아있는 직원들의  업무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애써온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중소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학교까지 직원 자녀 학자금 지급, 직원 결혼시 임대주택 제공, 격지 근무자나 미혼인 직원들에게 기숙사 제공, 철마다 양질의 근무복 지급 등 직원들을 위한 각종 복지혜택에 힘써 온 것들을 생각하니 배신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급여가 비슷한 업종의 다른 중소기업들에 비해서는 약 1.5배 수준이다...

장편소설 2025.01.24

悲慾(비욕) - 29

29. 봉합 시도 1  오제원 이사는 이대로 가면 회사의 몰락이 뻔하기 때문에 우선 급한 대로 노사갈등을 조정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허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3층에 있는 회장실로 갔다. 노사 간 갈등이 있을 경우 노측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는 드물다. 사측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 된다. 화합을 위해서는 갑이라고 여기는 곳에서 먼저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쪽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강자와 약자가 대립하는 경우 강자가 먼저 굽히지 않으면 타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선 허방진 회장부터 만나러 갔다. 작업 현장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봉변을 당했다고 할지라도 먼저 손을 내밀도록 설득하려고 갔다.오 이사가 입사한 이후 허 회장이 주로 오 이사 방에..

장편소설 2024.12.25

悲慾(비욕) - 28

28. 종들의 반란  허 회장 자신이 10년 전에 일본으로부터 힘들게 들여왔던 MM(Main Machine)들과 그 후 큰 애정을 쏟으며 자체제작을 했던 MM들이 고장 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야 이 무식한 놈들아! 기계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이렇게 기계가 노는데 손도 안 보고 있는 거야? 너희들이 제대로 하는 것이 뭐가 있어? "허 회장의 분노에 천 부회장도 한술 더 뜬다."너희들은 대가리를 어디다 달고 다니는 거야?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될 놈들이 이렇게 기계가 쉬고 있는데도 태평하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군. 이 멍청한 놈들아~ 생각 좀 하면서 살자."생산부문장인 한대교 이사는 어쩔 줄 모르며 변명을 한다."기계를 관리하는 직원 숫자가 많이 줄면서 제대로..

장편소설 2024.11.11

悲慾(비욕) - 27

27. 불만 고조  기업이 힘들어지면 경영진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직원을 해고시키는 것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신대홍이 사장으로 있었을 때도 수억을 들여 만든 컨설팅 보고서에 따라 일부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천태운이 사장이 되고 나서는 수시로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그럴 때마다 오제원 이사는 심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부하직원들 일부도 계속 내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좋은 일만 하면서 살기도 바쁜 데 간혹 악역도 해야한다는 것이 괴로웠다. 어쩜 조직생활에서는 악역을 잘 해야 자신의 위치가 더 다져지고 출세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누구라도 때때로 악역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그 조직이나 자신이 살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간혹 ..

장편소설 2024.11.04

悲慾(비욕) - 26

26. 역량 부족 전쟁터는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 조직이나 기업도 마찬가지로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승패나 생사가 갈라지곤 한다. 특히 어려운 상황일수록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업 여건이 악화되는 속에서 회사의 얼굴로 천태운을 내세웠다는 것은 많은 사람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오 이사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업 여건 악화보다도 내부 약화가 더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이라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경영자의 능력이라는 것은 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절대적이다. 더구나 공기업처럼 시스템으로 움직이지 않는 기업에서는 더 그렇다. 그런 면에서 천태운의 자질을 잘 알면서도 그에게 모든 전권을 맡긴 허방진 회장의 결정은 회사의 내리막길을 재촉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장편소설 2024.10.12

悲慾(비욕) - 25

지난 7월 24회까지 쓰다가 중단한 소설을 이어서 씁니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독자들의 마음을 이끄는 창작은 쉽지 않기에 자꾸만 중단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팩트가 아닌 픽션이기에 창작의 고통이 배가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다른 일들이 겹치면서 게으름과 가까워진 탓입니다. 아무래도 소설보다 쉽게 쓸 수 있는 잡문을 우선시하게 되면서 소설은 자꾸만 뒤로 미뤄지게 된 것 같습니다.그리고 아무리 픽션이라곤 하지만, 어느 정도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전개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또한 처음부터 시간 설정을 너무 앞으로 잡은 탓인지 과거를 회상하고, 또다시 돌아가 회상하는 식으로 하다 보니, 내용을 전개하면서 시간의 순서가 자주 왔다 갔다 하는 듯하여 독자들이 혼란을 겪을까 염려되고 있습니다..

장편소설 2024.10.06

悲慾(비욕) - 24

24. 3개의 솥발  신대홍이 하나케이시(주)의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회사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의 주제품인 FLDC(Flexible Light Drive Cable)에 대한 독점체체가 무너지면서 매출 및 이익규모가 줄어들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매출금액만 놓고 볼 때, 하나케이시(주)는 일본 S사의 약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시장을 이 두 업체가 독점하였었다. 약 5년 이상 독점을 하면서 떼돈을 벌었었는데, 신 사장이 부임하던 해부터 국내의 다른 업체에서도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하나케이시(주)에게 큰 악재로 다가왔다. 제품 제조를 시작한 지 6년도 되지 않아 국내에 경쟁업체가 5개로 늘어났다. 그 뒤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동집약적 제품..

장편소설 2024.07.10

悲慾(비욕) - 23

23. 모욕감   심규리가 유흥주점에 발을 디디게 된 원인은 대부분의 도우미들이 그렇듯이 경제적인 이유였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그렇게 부족하지 않은 집에서 자랐지만, 부모의 극심한 불화가 그녀를 평범하게 놔두지 않았다. 그녀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는 결국 이혼을 하였고, 그녀는 아버지와 살았다. 하지만 곧바로 아버지가 새 가정을 꾸리면서 갈등을 겪게 되었다. 결국 새엄마가 데리고 온 자식들과의 다툼으로 집을 뛰쳐나오게 되었고, 그 후 평범하지 못한 인생이 시작된 것이었다. 부모 통제에서 벗어난 이후 어린 학생의 신분으로 혼자 산다는 것은 이 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친엄마에게 갔다가 실망만 안고 돌아온 이후는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렵게 입학한 대학교 생활도 계속하고 싶었던 그..

장편소설 2024.05.01

悲慾(비욕) - 22

22. 텐프로  손천식 고문이 전해준 신대홍 사장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오 이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것을 연결해 주며 흥미를 주었다. 신대홍은 이미 회사에서 해고된 상태이지만,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직도 회사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대홍이 전에 다녔던 원테크(주)에서 있었던 사건부터 하나케이시(주)에 와서 있었던 불륜 등은 마치 연애 소설처럼 흥미진진하였다.  신 사장의 이력이 화려하다는 것은 하나케이시(주) 직원들 모두가 시기하면서도 인정하는 것이었다. 우선 그가 미국의 그 유명한 하버드대학교 출신으로 동 학교의 경영학 박사라는 간판 만으로도 많은 직원들은 경외감을 가졌다. 미국 유학을 마친 후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대기업인 원테크(주)에 입사하였다는 것은 약간 의외이..

장편소설 2024.04.25

悲慾(비욕) - 21

21. 서러운 날 오 이사가 입사한 지 3년이 지나면서부터는 회사의 지금 사정이 더 악화되었다. 납품대금을 3개월 이상 받지 못하고 있는 업체는 커넥트를 납품하는 P사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 2~3 개월의 대금을 연체하게 되었다. 주요 원자재 업체로 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주)보우도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거의 5개월 이상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다 보니 (주)보우도의 김경문 회장은 대금결제를 독촉하려고 하나케이시(주)로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구매부문 직원들은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의 아우성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이 되었다. 일부 부재재 공급업체와 판지 등 소모품을 납품하는 영세업체 몇 곳은 거의 부도 상태였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매일 찾아와 결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구매부문의 업무가 제..

장편소설 2024.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