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悲慾(비욕) - 26

헤스톤 2024. 10. 12. 07:40

 



26. 역량 부족

 

전쟁터는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 조직이나 기업도 마찬가지로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승패나 생사가 갈라지곤 한다. 특히 어려운 상황일수록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업 여건이 악화되는 속에서 회사의 얼굴로 천태운을 내세웠다는 것은 많은 사람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오 이사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업 여건 악화보다도 내부 약화가 더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이라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경영자의 능력이라는 것은 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절대적이다. 더구나 공기업처럼 시스템으로 움직이지 않는 기업에서는 더 그렇다. 그런 면에서 천태운의 자질을 잘 알면서도 그에게 모든 전권을 맡긴 허방진 회장의 결정은 회사의 내리막길을 재촉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손천식 고문에게 회사를 맡긴 것보다 못한 결정이었다. 더 나아가 내부에서 전무 자리를 놓고 다툼을 가졌던 박호진 상무에게 맡긴 것보다도 못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천태운은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 보유 여부를 떠나 우선 포용력이나 겸손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언제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무조건 남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습성은 회사 분위기를 저하시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에게도 장점은 있었다. 나름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서 따르는 부하직원들이 많았고, 우선 대화나 회의 시 말을 잘했다. 가시가 있는 말도 어쩜 그렇게 기름칠하여 잘하는지 천태운 특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기관리능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천태운이 CEO가 되면서부터 허방진 회장의 힘도 예전보다 줄어들게 되었다. 그 이유는 떳떳하지 못한 수입으로 인한 것이 제일 컸다. 천태운 자신이 비정상적인 수법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그 자금을 허방진에게 주면서 그것이 허방진의 큰 약점이 된 것이다. 아무리 비밀이라고 하지만, 비밀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약점을 천태운이 자꾸만 건들게 되면서 파워이동을 시켰다. 그렇다고 충성심이 크게 준 것은 아니었다는 것으로 허방진을 안심시켰다. 허방진 역시 과실만 먹으려 하고, 책임은 천태운에게 미루려고 했던 것 등이 천태운으로 하여금 약점을 건드리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남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습성을 천태운이 허방진에게 그대로 배운 것 같다. 허 회장 본인의 약점을 덮으려고 천태운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는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천태운은 경영자로써의 그릇은 아니었다.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 높고 큰 자리에 가면 그 조직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신도 불행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역량이 되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큰 자리를 맡았다가 감당이 안되어 스트레스로 인하여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놀림감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때부터 외부에서는 하나케이시(주)를 더 부정적으로 보고 거래를 중지시키거나 거래량을 감소시켰다. 매출처뿐만 아니고, 자재 공급업체들도 예전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천태운의 담배 피우는 양도 배 이상으로 늘어갔다.

 

천태운은 천태운대로 스트레스가 쌓이며 여자 몸을 탐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듯하였다. 상무나 전무 시절 불륜관계를 이어오던 서미순 과장과는 소원해졌다. 허 회장에게 큰 꾸지람을 들으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하더니 시간이 흐른 탓인지 조금씩 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회사의 직원들 뿐만 아니고, 매출처나 자재 공급업체들도 다 아는 관계가 된 그들 사이가 천태운이 대표이사가 된 이후로는 약해진 것이다. 그 이유는 외부에서 보는 눈이 거슬렸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천태운 자신의 비서인 이혜진 계장으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혜진 계장은 천태운과 서미순의 관계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를 잘하는 직원으로 쉬운 직원이 아니었다. 아무리 직속 상사라 할지라도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럴수록 천태운은 더 집착을 하였고, 이 계장은 이 계장대로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 외에 천태운은 룸살롱 같은 곳에 자주 가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회사는 경영자가 바뀌면서 예전의 우수한 기능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신대홍이 사장으로 있으면서 그렇게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시스템들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오히려 걸림돌로 전락하고 말았다. 천태운은 그런 시스템을 횔용할만한 능력이 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올라오는 각종 자료들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진한 실적의 원인을 그들에게 돌리면서 그들이 하는 일을 방해만 할 뿐이었다. 신대홍이 데려온 우수한 학벌의 많은 인재들은 빈둥거렸다. 그들만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고, 그들과 호흡을 맞춰나가던 일반 직원들도 무시를 당하면서 분위기는 계속 하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능력이 모자란 천 사장이 술과 여자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오너인 허 회장이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경영자 교체 후 자신이 직접 경영을 하던지 해야 하는데, 허 회장 역시 천 사장과 함께 룸살롱을 출입하면서 술과 여자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오너와 경영자 모두 저조한 실적의 원인으로 다른 직원들 탓만 하기에 바빴으니 회사를 싸고도는 공기는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대개 사람이 쓰러지기전에 어떤 전조 증상이 있듯이 기업도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 가지가 쌓이고 쌓여서 넘어진다. 지나온 역사를 볼 때 멸망한 나라들을 보면 대개 그렇다. 한 나라에서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을 리더로 심으면 국민들이 피곤하듯이 기업도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을 리더로 심으면 직원들이 힘들어진다.

 

 

'장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悲慾(비욕) - 25  (17) 2024.10.06
悲慾(비욕) - 24  (90) 2024.07.10
悲慾(비욕) - 23  (5) 2024.05.01
悲慾(비욕) - 22  (9) 2024.04.25
悲慾(비욕) - 21  (2) 2024.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