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3개의 솥발
신대홍이 하나케이시(주)의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회사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의 주제품인 FLDC(Flexible Light Drive Cable)에 대한 독점체체가 무너지면서 매출 및 이익규모가 줄어들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매출금액만 놓고 볼 때, 하나케이시(주)는 일본 S사의 약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시장을 이 두 업체가 독점하였었다. 약 5년 이상 독점을 하면서 떼돈을 벌었었는데, 신 사장이 부임하던 해부터 국내의 다른 업체에서도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하나케이시(주)에게 큰 악재로 다가왔다. 제품 제조를 시작한 지 6년도 되지 않아 국내에 경쟁업체가 5개로 늘어났다. 그 뒤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동집약적 제품이긴 하지만, 높은 기술도 필요한 제품으로 중국에서의 진입은 오래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을 잠식 당하게 되었다.
하나케이시(주)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3개 공장을 설립하면서 자연적으로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간 탓이다. 그 후 약 2년 동안 독버섯처럼 중국에서 많은 공장들이 생겼다. 중국에서는 약 200여 개의 크고 작은 공장들이 생겼다. 자연적으로 중국의 공장들과 가격경쟁을 하게 됨에 따라 하나케이시(주)의 이익규모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약간 비교우위에 있는 기술력 등으로 버틸 수는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외부적인 그런 것보다 내부에 있었다. 약 20년 이상 2인자로 있던 손천식 전무(신 사장이 부임하면서 외부적으로는 허 회장의 하락하에 부사장의 명함을 가졌으며, 그 후 천태운 상무가 전무로 승진 시 고문으로 물러남)의 불만이 그를 따르는 직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회사 내엔 언제나 전운이 감돌았다. 일단 겉으로는 신 사장파와 손 전무파로 나뉘어 직원들끼리의 다툼이 수시로 발생했다. 그동안 회사에 대한 기여도나 경력 등을 감안 시 손 전무를 따르는 직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숫자로도 많기 때문에 싸움이 안될 것이라고 보았지만, 조금씩 분위기가 변해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손 전무와 사이가 안좋은 천태운 상무(신대홍 사장이 물러날 때 전무가 되었다가, 사장으로 승진함)는 자연스럽게 손 전무보다 신 사장과 가깝게 지냈다. 무엇보다 기존 직원 중에서 사무직이 아닌 공장 노동자들과 후가공을 하는 일용직들의 일부가 천 상무의 지원군들이었다. 차음엔 천 상무의 세력이 가장 미미하였지만, 점차 세력을 확대하며 마치 삼국지의 분쟁처럼 자연스럽게 신 사장파, 손 전무파, 천 상무파로 회사의 구성원들이 나뉘어 주도권 다툼을 하는 꼴이었고, 신 사장파와 천 상무 파는 삼국지의 적벽대전시 유비와 손권이 협력하듯이 일단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3명 모두 잘 안다. 자신이 2인자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2인자는 1인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사 결정에서도 1인자의 결정이 절대적이다. 특히 1인 개인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 법인기업에서 1위가 가지는 무게는 서열 2위부터 10위까지 다 합친 것보다 무겁다. 이런 회사에서 1인자인 허 회장의 배경을 신대홍 사장이 등에 업고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신 사장이 데리고 온 직원들은 차츰 회사의 기존 직원들을 밀어내고 새로운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시로 기존 직원들과의 알력은 끊이지 않았다.
신 사장은 그래도 처음엔 기존 직원들과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을 하였다. 허 회장의 파격적인 대우에 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직 문화부터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중소기업은 시스템이나 문화 자체가 대기업과 달랐다. 특히 손 전무와 고락을 함께한 기술 파트 직원들은 새로운 변화에 대하여 크게 반대하였다. 그런 분위기가 된 기저에는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가장 큰 공신인 손 전무의 위치가 넘버 3으로 떨어지면서 굴러온 돌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리고 자꾸만 밀리면 자신들의 미래도 밝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대홍은 더욱 더 자기 사람을 확보하는데 열중했다. 그리고 외부의 컨설팅 회사에 의뢰하여 조직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칼을 대면 독재라는 소리도 듣게 되고 신뢰성도 약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컨설팅이라는 것을 받아서 처리하였다. 약 6개월에 걸친 컨설팅의 결과는 뻔했다. 의뢰자의 입맛에 맞게 조직을 개편하고, 경영시스템을 바꾸고, 공장 구조를 바꾸는 것들이었다. 당연히 인력 구조조정도 이루어졌고, 새로운 직원도 뽑았다. 자연히 신대홍 사장은 자기 사람들을 주요 자리에 배치시켰고, 손 전무파의 사람들 중 부장급 이상은 대부분 내보내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신 사장은 허 회장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결국 손 전무를 아예 경영에 참여할 수 없도록 고문으로 물러나게 했다.
이런 와중에 천 상무는 허 회장의 입맛에 맞는 일만 골라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단단하게 다져나갔다. 페이퍼 회사인 개인 회사들을 가공으로 만들어 회사 돈을 빼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허 회장의 물욕을 채워주었다. 자연히 허 회장은 천 상무와 제일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천 상무는 이를 최대한 이용하였다. 기장 세력이 컸던 손 전무파가 조금씩 무너지면서 신 사장파, 손 고문파, 천 상무 파는 솥발처럼 거의 비슷한 세력을 한동안 유지하였다. 하지만 회사는 외부의 조건 악화와 내부 직원들의 파벌 싸움으로 급속하게 내려가고 있었다. 서로 협력해도 외부의 공격을 막기 힘든 상황에서 직원들의 내부 싸움은 그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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