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종들의 반란
허 회장 자신이 10년 전에 일본으로부터 힘들게 들여왔던 MM(Main Machine)들과 그 후 큰 애정을 쏟으며 자체제작을 했던 MM들이 고장 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야 이 무식한 놈들아! 기계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이렇게 기계가 노는데 손도 안 보고 있는 거야? 너희들이 제대로 하는 것이 뭐가 있어? "
허 회장의 분노에 천 부회장도 한술 더 뜬다.
"너희들은 대가리를 어디다 달고 다니는 거야?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될 놈들이 이렇게 기계가 쉬고 있는데도 태평하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군. 이 멍청한 놈들아~ 생각 좀 하면서 살자."
생산부문장인 한대교 이사는 어쩔 줄 모르며 변명을 한다.
"기계를 관리하는 직원 숫자가 많이 줄면서 제대로 손을 보지 못했습니다. 빨리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나? 이 병신아~ 직원이 좀 줄었다고 이렇게 많은 기계를 놀리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보는 것이냐? 저기 빈둥빈둥거리면서 노는 놈들은 뭐야?"
"그들은 제품 검수와 운반조로 제품이 나오지 않아 그쪽에 몰려 있는 것입니다."
"이런 머저리같은 놈아~ 그럼 저 인원을 후가공 등 다른 곳에 활용을 하던지 하고, 너를 비롯하여 사무실에 있는 생산관리 직원들이라도 내려와서 솔선하여 가계를 손보도록 해야지, 어떻게 자기가 하던 일만 하려고 하나? 그러고도 네가 부문장이냐? 이 바보 같은 놈아~"
아무리 유순한 사람이라도 바보 소리를 들으면 꿈틀거리게 된다. 한 이사도 슬슬 열이 나기 시작했다. 반복하여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은 한 이사의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더구나 부하 직원들 앞에서 바보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 화가 치밀었다. 한 이사는 평소 부하 직원들을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는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그 많은 부하직원들 앞에서 계속 망신을 당하다 보니 그도 인내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오래 전부터 쌓이고 싸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계속 꾸중을 듣고 있던 그가 갑자기 들고 있던 메모 노트와 볼펜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야~ 이~ 허 회장! 개새끼야~ 이 무식한 놈아~ 기계의 기본도 모르면서 소리만 치면 다냐? 직원들 상황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네 배만 채우려고 하는 개새끼야~ 그리고 옆에 붙어서 언제나 간사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쥐새끼 같은 태운아~ 내가 무슨 부문장이냐고? 야~ 이~ 나쁜 새끼야~ 너한테 먼저 묻고 싶다. 네가 무슨 사장이냐? 너 같은 놈이 사장이라는 것이 말이 되냐 말이다. 회장한테만 딸랑거리는 개새끼 같으니라고~"
허 회장과 천 사장은 갑작스런 한 이사의 공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체격도 좋고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서로 과시하던 허 회장과 천 사장은 당장 한 이사의 목을 잡고 내동댕이 치려고 다가섰다. 그때 생산직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허 회장과 천 사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맀다. 한 이사가 회장과 사장을 향해 마구 입에 담기 힘든 욕을 섞어서 쏘아대니 그 자리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한 이사 쪽에서 허 회장과 천 사장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한 이사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참고 참았던 근로자들이었다.
그동안 거의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던 생산직 노동자들은 허 회장과 천 사장을 향해 마구 욕을 퍼붓었다. 그리고 한쪽에서 정상운영 중이던 기계도 중지시키고, 뽑아져 나오던 제품들을 마구 바닥에 뿌렸다. 그뿐만 아니고 손에 쥐고 있던 공구나 각목을 들고 허 회장과 천 사장을 위협했다. 허 회장과 천 시장은 꽁지가 빠지게 빨리 현장을 빠져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은 오 이사는 자주 가는 연못가로 갔다. 연못에 올 때마다 꺼내드는 메모장에 끄적거렸다. 우선 "반란"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평소에 허 회장은 종업원을 스스럼없이 종이라고 불렀는데, 그 '종들의 반란'이었다.
종들의 반란
그럴 줄 알았다
어제와 오늘의 말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따로 놀던 오너가
겸손을 멀리하면서
거만하고만 가깝게 지내더니
결국은 그럴 줄 알았다
왜 몰랐을까
정말 몰랐을까
직원도 사람인 것을
종들은 밟을수록 꼬리를 흔든다면서
노예처럼 부려먹기만 하였으니
태풍으로 변한 종들의 분노로
기둥이 주저앉게 되고 말았다
그럴 줄 알았다
충언은 내치고
감언하고만 친하게 지내던 오너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는 아까워하며
직원들을 편 가르기 하고
험담으로 꽉꽉 누르면서
사람취급을 하지 않더니
결국은 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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