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41

막힘의 고통 (하)

발병 3일째 날(11. 2.)이다. 종합병원이 아니면 불신하는 마누라 말에 따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이렇게 챙겨주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만약 혼자였다면 다시 동네 병원이나 갔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누가 옆에 있다는 것이 꼭 得(득)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날도 결과적으론 돈과 시간만 허비하였다. 업무시간보다 일찍 서둘러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시간이 급하다는 말을 담당자에게 전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의사 선생이 말하길 당분간 오줌줄을 달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너무 힘드니 급하게 수술해 줄 수 없겠습니까?" "수술일정이 꽉 차서 아무리 빨리 잡아도 약 1개월 후에나 가능합니다." "먼저 오늘은 ..

나의 이야기 2023.11.10

막힘의 고통 (상)

힘든 고비를 넘겼다고 하지만, 지금도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인은 전립선 비대로 인한 것이었지만, 약에 대한 무지와 대처를 잘못한 탓으로 지금도 심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솔직히 많이 힘들다. 시작은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골프 약속에 따라 새벽에 차를 몰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남에 따라 오줌이 마렵기 시작하여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게소 화장실로 갔다. 안에 있는 오줌 양은 많은데,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차츰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많이 나오지 않은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오줌이 마렵기 시작한다. 그냥 골프장까지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갔지만, 졸졸 나오는 정도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좀..

나의 이야기 2023.11.08

中庸의 한 句節

中庸(중용) 27장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故君子 尊德性而道問學 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 溫故而知新 敦厚以崇禮 (고군자 존덕성이도문학 치광대이진정미 극고명이도중용 온고이지신 돈후이숭례 ) 풀이를 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군자는 덕의 천성을 높여서 배움과 물음을 인도하여야 한다 광대한 경지에 이르되 정미함을 다하고 높고 밝은 것을 목표로 하되 중용으로 하여야 한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며 인후함을 돈독히 하고 예의를 높여야 한다. 위의 글에서 치광대이진정미(致廣大而盡精微), 극고명이도중용(極高明而道中庸)을 행서체로 쓴 나의 작품이 강북문화원에서 전시되고 있다. 자치회관마다 서예 강좌가 있어서 서예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쓴 위의 글을 다시 한번 읊어보면 아..

나의 이야기 2023.10.10

괴로움을 밑거름으로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아볼 때 괴로움이라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물론 기쁨이나 즐거움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지만, 괴로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리고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었다. 물론 괴로움에 있어서 언제나 그 원인 제공자들이 존재하곤 하였지만, 그 원인을 녹이거나 무시해버리지 못한 나 스스로가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나를 생각해 보면 후회가 참 많은 삶이다. 수시로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원하는 방향과 많이 벗어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큰 후회로 남는다. 어린 시절부터 대충 생각나는 것만 그려 보아도 아쉽게 여겨지는 선택들이 떠오른다. 우선 중학..

나의 이야기 2023.10.03

直道(직도)를 바라보며

바지를 하나 샀다. 살 때 분명 내 허리치수에 맞게 샀고, 그 후 바지길이를 내게 맞는 길이로 줄였는데, 이상하다. 입을수록 뭔가 어색하다. 허리는 예상외로 넉넉하고, 길이는 짧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바지를 짧게 입는 것이 아무리 유행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바지들과 비교하면서 제대로 길이를 잘 쟀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다. 사실 이런 착오가 바지 하나뿐이겠는가. 과거를 돌아볼 때 이런 경우가 허다하였다. 실제로 시행착오라는 것을 숱하게 거치며 사는 것이 인생이리라. 과거의 바름(正)이 곧 현재의 바름(正)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법이나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뀌기도 하고, 장소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고도 본다. 분명한 것은 눈으..

나의 이야기 2023.09.25

이 부끄러움을 어찌할까?

지난 광복절 경향신문에 梅泉(매천) 黃玄(황현) 선생과 관련한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중 아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콱 막혔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순절해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1910년 9월6일이었다. 경술국치(8월26일) 소식이 뒤늦게 매천 황현(1855~1910)이 은거하던 전남 구례에 전해졌다. 이때 동생(황원·1870~1944)은 형(매천)에게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나라가 망했는데, 왜 ‘아무개 공(某公)’ 같이 인망(人望)이 두터운 분이 죽지 않고 있는거냐”고 책망했다. 매천이 씩 웃었다.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남이 죽지 않는다고 뭐라 해서 되겠느냐. 나라가 망한 날에는 사람마다 죽어야 하는 것이다.” 이틀 뒤인 9월9일 새벽 매천은 홀연히 붓을 들어 ‘절명시’..

나의 이야기 2023.08.27

노 다이셀프(Know thyself)

노 다이셀프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는 말은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유명하다. 늘 겸손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한 말이다. 나의 지난 과거를 돌이켜볼 때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속세에서 흔히 말하는 출세를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겸손해야할 때, 겸손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물론 나를 내세워야 할 때 내세우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낮춰야 할 때 낮추지 못한 탓이 크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겸손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지만, 쉽지는 않다. 다만, 이러저러한 사람을 만나며 반면교사로 삼는다. 자치회관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있다. 취미, 건강, 노래, 악기, 외국어 ..

나의 이야기 2023.08.05

친절의 기쁨

기쁨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합격이나 취직의 기쁨, 결혼의 기쁨, 임신의 기쁨, 승진의 기쁨 등등 다양하지만, 친절을 베푸는 기쁨 또한 작다고 할 수 없다. 지난 목요일 서초동에 있는 회사 업무를 마치고 송천동의 자치회관으로 향했다. 자치회관에 등록한 모 강좌 시간에 맞춰서 가는 중이었다. 교대역에서 3호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점잖게 생긴 노인 한 분이 내게로 다가온다. 어떤 중요한 자리에 갔다 오는 길인지 신사복에 넥타이도 매고 있다. "종로 3가에 가려면 이곳에서 타는 것이 맞나요?" "예~ 맞습니다. 이곳에서 타시면 종로 3가로 갑니다." 그런데 앞의 스크린도어에 적혀 있는 "2호선 왼쪽() 강남 잠실"이라는 표시를 보고, 다시 묻는다. "이게 2호선인가요? 여기서 타면 사당으로 가나요?..

나의 이야기 2023.07.02

금연 11년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은지 어느덧 11년 이상이 지났다. 정확하게 2012년 3월 초부터 지금까지 담배와는 거리를 멀리 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러 번 금연을 시도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었다. 물론 계속적으로 간헐적 금연을 시도하였었는데, 그러한 것들이 오늘날 이렇게 담배와 멀리하게 된 기초 훈련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담배를 필 때도 나는 남이 피우는 담배 냄새가 그렇게 역겨울 수가 없었다. 당연히 담배를 끊은 이후에는 담배 냄새 자체를 맡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그와 거리를 일부러 두면서 걸었고, 흡연 장소라고 되어 있는 곳과는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다니곤 했다. 현재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우 동과 동 사이에 흡연구역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나의 이야기 2023.05.20

갑자기 온 손님

이렇게 11년 만에 이 손님이 다시 찾아올 줄 몰랐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꽃 향기도 아니면서, 11년 전 봄에 왔던 것처럼 느닷없이 이렇게 찾아올 줄 전혀 예상을 못했다. 물론 어느 정도 징조는 있었다. 일교차가 심한 날이 계속되면서 간혹 머리가 아프고, 이명현상이 심해졌으며, 시력 저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제일 불편한 눈 검사를 위해 안과를 먼저 가볼까, 아니면 이비인후과부터 가볼까를 고만하던 중이었다. 사실 그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의식이 혼미해지는 것을 최근 몇 차례 경험했다. 그럴 때마다 혹시 뇌졸중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 인터넷 정보로 누가 알려 준 STR을 해 보았다. 웃어보는 Smile, 말을 해보는 Talk, 두 팔을 올려보는 Raise를 해보니 안 되는 것은 ..

나의 이야기 2023.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