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슴졸인 46시간

헤스톤 2021. 5. 7. 16:20

코로나의 확진자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도, 나하고는 크게 상관없는 먼 곳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누가 코로나에 걸려서 어떻게 되었다는 말을 들어도 나와 직접 연관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어느덧 내 주변 가까이에 와 있었다.

사실 그동안 이러저러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 출퇴근시 붐비는 지하철은 많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복잡한 차내에서 어떤 이는 거리낌없이 대화를 나누는 이도 있고, 전화를 하는 이도 있다. 그래도 모두들 마스크를 착용한 덕분인지, 크게 문제가 된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보면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그룹들을 옆에서 만나곤 하는데, 솔직히 좋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내가 가슴을 졸이기 시작한 것은 포천에 있는 A 골프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을 때이었다. 동반자는 B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자주 보는 사람들이다. 전반을 끝내고 그늘집에서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마시며 '전반의 나는 잊어라. 후반에는 취권으로 멋있게 칠테니, 이제 다~ 죽었어~'라는 등의 말을 나누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동반자 중 한 사람에게 문자 연락이 왔다. 곧이어 다른 동반자에게 전화도 왔다. B 실내 연습장의 L사장이 양성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시작은 연습장에 자주 오는 사람으로 동반자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R이라는 사람이 며칠 전에 양성 판정을 받았고, 주말에 그와 함께 식사를 한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중에 L 사장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동반자들 모두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동반자들 모두 그 연습장에 자주 가는 것은 물론이고, L 사장과 가깝게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R과 식사를 하거나 L 사장과 밀접 접촉을 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같은 공간에서 지낸 적은 있다. 우선 나부터 그 사람을 최근 언제 만났는지를 끄집어 내본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이틀 전 그 사람을 만났었다. 그날 그 연습장 앞에 주차를 하고,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에 들른 다음 차를 빼려고 하는데, 앞에 다른 차가 있어서 할 수 없이 연습장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들어간 김에 믹스 커피를 한잔 타서 마시고, 그 사장에게 차 빼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해서 함께 밖으로 나왔었다. 그날 그곳에 잠깐 들른 것으로 스크린골프도 하지 않은 탓인지, 나에게 문자 통보는 없었다.

 

후반 골프를 치면서 내내 불안하다. 동반자들 모두 코로나 관련된 이야기만 나눈 것 같다. 가끔가다 B 연습장 관련 소식을 알아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검사받으라는 통보가 갔다고 한다. 괜히 나도 목이 깔깔해지는 것 같다. 공이 잘 맞지도 않는다. 동반자들 모두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약간의 공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나 행동에서 알 수 있었다. 캐디도 되도록이면 말을 삼가며 조용하다.   

 

다음 날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 출근은 하였지만, 마음은 계속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누구와 이야기할 때는 상대에게 마스크 착용을 먼저 권한다. 직원들과 식당에 가서는 멀리 떨어져 앉았다. 무엇보다 혹시 내가 보균자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누구와 가까이하기가 겁난다. 머리가 어수선하다. 일을 대충 접고, 오후 4시쯤 보건소에 갔다. 대기하고 있는 줄이 길다. 내 뒤로 웬 외국인이 서 있는데, 적정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나에게 붙는다. 괜히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좀 떨어져서 따라오라고 하니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는다. 손짓으로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줄 표시를 알려주었는데도, 고개만 갸우뚱거리며 잘 모르는 눈치다. 답답하고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지루하게 약 30분 이상을 기다려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는 간단했다. 목과 코에서 검체를 채취하는데, 약간 거부감이 있을 정도이었다. 

불안한 마음은 계속되었다. 집에 와서는 우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역시 뜨거운 물을 마셨다. 사실 기분만 좀 그렇지 몸에 무슨 이상 징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쯤 보건소로부터 문자로 결과를 통보받았다.
"박형순 님,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 '음성(정상)'입니다."라는 문자가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감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함께 골프를 쳤던 동반자들 모두 음성이라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B 골프 연습장에 들락거리는 사람 중에 R과 L 사장 외에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R 및 L 사장과 식사를 한 밀접 접촉자들도 음성으로 나왔으며, 다만 그들은 2주간 격리기간을 갖게 되었다. 그들 중 나와 좀 가깝게 지내는 이와 통화를 했는데, 그는 이 기회에 집에서 좀 쉬면서 그동안 못했던 독서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이런 시간을 주어서 감사하다는 식으로 말한다. 전화를 통하여 나도 감사와 긍정의 마인드를 배운다.    

그나저나 오늘도 뉴스를 보니 코로나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거리두기와 마스크는 필수이며, 나하고 상관없다고 자신하지 말고, 모두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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