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궁화세계 서집운

헤스톤 2021. 3. 11. 14:45

 

 

요즘 무궁화와 관련한 서예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무궁화 미술대전의 서예부문에 응모하기 위함이다. 사실 입상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응모한다는 목표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궁화와 관련한 글씨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리면서 詩書畵(시서화)를 교양필수로 알던 선비의 흉내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에 무궁화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을 것이다. 나이를 먹으며 기억이 가물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라사랑과 관련하여 무궁화에 대한 교육은 누구나 받았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무궁화를 교정에 심어서 키우는 초등학교들이 많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을 들으며 그렇게 대부분 어린 시절을 보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차츰 관심에서 멀어지는 꽃이 아닌가 한다. 어찌 보면 반일 내지는 극일을 앞세워 교육도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꽃도 아닌 탓인지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대부분 그냥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무더위 속에서 땀을 질질 흘리며 무궁화를 본 기억과 수없이 꽃잎을 떨어뜨리며 혹시 진드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그런 탓인지 길가에서 우연히라도 보게 되면 우리나라 꽃이라는 정도만 생각하며 무심히 바라보게 되는 꽃에 불과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우선 나도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수년 전까지 별생각 없이 그렇게 바라본 꽃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도로 한쪽의 길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무궁화를 보면서 반나절의 시간을 보냈다. 꽃들이 반만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생겼다가 없어졌으며, 역사에서 아예 사라진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세의 침입과 고통 속에서도 끈질기게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모습이 무궁화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무궁화의 모습이 계속 떠올라 인터넷을 통하여 무궁화와 관련된 기록들을 훑어보았다. 무궁화의 영어명이 "Rose of Sharon"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잘 알지 못했던 여러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무궁화가 사랑을 받았다는 기록을 볼 수 있었다. 신라는 스스로를 '槿花鄕(근화향)'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즉, 무궁화 나라라는 것이다. 신라시대 화랑들이 무궁화로 장식된 관을 썼다고 하며, 조선시대 장원급제자에게 '어사화'로 임금이 머리에 꽂아준 종이꽃이 무궁화 꽃이었다고 한다. 

 

 

무궁화의 명칭에 대한 유래에 대하여는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1168~1241)의 문집에 무궁화를 한자로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논란의 기록이 남아 있는데, '無宮'으로 쓸 것인가 '無窮'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으나 결론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실학자 홍만선이 지은 山林經濟(산림경제) 養花篇(양화편)에는 무관화(舞官花)로 기록되어 있다. '無宮·無窮·舞官'은 뜻이 모두 다르지만, 발음은 서로 비슷하기에 한문의 뜻이 좋은 무궁화(無窮花)로 자연스럽게 통일되어 쓰인 것으로 짐작된다.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과 "영원"이다. 무궁화는 7월부터 10월까지 약 100일간에 걸쳐 핀다. 새벽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오후가 되면 오므라들었다가 해질 무렵에 꽃이 떨어진다. 아마 이렇게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면서 오래 피는 꽃도 드물 것이다.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게 그 끈질김은 대단하다. 길가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그 속에 수줍음과 순수함도 있고, 화려함이나 강렬한 인상도 있다. 그런 이유로 한편 생각하면 나라 꽃으로 잘 선정했다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관심을 갖다 보니, 무궁화의 날이 8.8.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국가에 의해 지정된 날은 아니지만, 민간단체에 의해 8자를 옆으로 누이면 무한대의 표시가 되기 때문에 기념일을 그렇게 정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들은 지식과 기억을 더듬어 약 5년 전 "無窮花丹正(무궁화 단정)"이라는 수필을 쓰면서 인연을 깊게 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매년 무궁화 미술대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약 2년 전부터 서예부문에 응모를 시작하였다. 참고로 올해는 "無窮花世界瑞集運(무궁화세계서집운)"이라는 글자를 예서체로 쓰려고 한다. 무궁화 나라에 상서로운 운이 모인다는 의미이다. 

 

여하튼 이런 미술대전을 비롯한 행사 외에 우리나라의 몇몇 지자체에서 무궁화 축제를 하곤 한다. 하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솔직히 나라 꽃이라고 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솔직히 개나리나 진달래, 벚꽃, 국화, 매화처럼 수많은 시나 글로 표현된 꽃도 아니다. 물론 이백의 시에도 있고, 여기저기 관련된 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숫자는 다른 꽃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좀 더 많은 관심이나 사랑이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무궁화는 인내와 끈기, 그리고 진취성을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무궁화 나라에 상서로운 기운이 모여 서로 협동하고 사랑하며 크게 발전하는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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