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엉터리 세상

헤스톤 2021. 8. 30. 22:12

아무리 생각해도 엉터리들이 너무 많다. 엉터리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가면을 쓰고, 무지한 사람들은 그대로 순응하며 속는다. 더 나아가 그 엉터리를 진실이라고 선전하며 착한 백성으로 살기도 한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방식을 봐도 그렇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무서운 역병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책이라는 것들을 생각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웃기는 것들이 너무 많다. 최근 오후 6시까지는 4명이 만나서 밥 먹는 것을 허용하고, 6시가 넘으면 2명으로 제한한 것도 정말 난센스 중의 난센스이다. 코로나가 6시까지는 4명까지 봐주고, 6시 넘으면 2명까지만 봐준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소가 웃을 정책이다. 2명이나 4명이라는 숫자도 그렇지만, 저녁 6시가 넘으면 전파속도가 2배로 빨라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더구나 코로나가 어떻게 공적 모임과 사적 모임을 구분해서 사적 모임에서는 전파가 쉽게 되고, 공적 모임에서는 맥을 못 춘다고 생각하는지 배꼽이 하품하겠다.  

 

코로나 사태 초기엔 방역을 핑계로 확진자의 동선과 사생활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일상이 전시되면서 누구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누구는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대부분 환자이기 이전에 죄인으로 취급을 당해도 빨리 완쾌되기만을 바라며 비난이나 동정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우리 국민들은 정부에서 무엇을 시키면 군소리없이 시키는 대로 잘 따른다. 마스크 착용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정책에 거슬리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자제하면서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가족끼리 만나는 것도 몇 명 이하로 하라면 그대로 잘 따른다. 

 

코로나에 대한 정책을 잘 따르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학생 시절 엉터리 행정에도 군소리 없이 잘 따랐던 일이 슬프게 다가온다.

 

내가 군을 제대하고 복학한 3학년 때이다. 나는 2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기 위해 휴학하면서 3학년 1학기의 등록금을 다 내고 갔다. 군 제대 후 복학 시 등록금을 내는 부담을 미리 덜기 위함이었다. 당시 2학년 2학기 성적이 괜찮은 덕분에 3학년 1학기 등록금에서 수업료를 면제받을 수 있었는데, 등록금을 내지 않고 군에 가면 그 면제 혜택이 없어진다고 하였다. 내 기억으로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은 9만 9천 원이었고, 그중 수업료는 2만 2천 원이었기 때문에 7만 7천 원을 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군 제대 후 3학년에 복학을 하려고 하니까 등록금을 다시 내란다. 그동안 등록금이 약 2배로 올랐다고 그 차액을 내라는 것이다. 정말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3년 전에 이미 등록금을 다 지불했는데, 또 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경우인지 모르겠다. 돈의 현재가치도 모르는 대학교 행정이다. 어떻게 3년 전의 10만 원이 3년 후에도 10만 원밖에 안된단 말인가. 최근 아파트 가격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면 당시 학교 행정을 보았던 그 인간들은 정말 멍청한 인간들이다. 3년 전에 5억 원 하던 아파트가 지금 9억 원을 하는 아파트도 있다. 지금 생각해도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정말 착했다. 학교에서 돈을 더 내라고 하면 착한 학생들은 그대로 따랐다. 등록금이 195,000 원으로 올라서 약 10만 원을 더 내고 복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학년 1학기를 다녔다. 2학년 마치고 군에 간 것도 집의 형편이 어려워서 그랬지만, 여전히 집은 가난하였다. 특히 아버지가 일찍 공무원 생활을 접으면서 그 강도는 더 심하게 나를 짓눌렀다. 당시 나는 중학생 10여 명을 데리고 집단 과외 지도하며 그 수입으로 나의 앞가림을 하였다. 군에 가기 전 2학년 때에는 여고 2학년 한 명만 그 집에 가서 과외지도를 하였었는데, 그때와 수입이 비슷하였다. 그리고 그마저도 그 해 7월에 과외 금지령이 내려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돈에 더 쪼들렸다. 무엇보다 빨리 취직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눈빛을 보며 학교 공부에 매달렸다. 가난한 우리 집 사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길은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는 것이 최선이었다. 열심히 공부한 덕분인지 3학년 1학기에 과 수석을 하여 2학기 등록금은 전액 면제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매우 기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정말 슬픈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내가 1등이라는 것은 같은 과 학생들뿐만 아니고, 교수님들이나 행정 담당 직원들도 다 알면서 무슨 이유인지 늦장 행정처리로 나에게 등록금을 면제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등록금 납부일자는 다가왔다. 학교는 3학년 1학기 성적을 무시하고, 내가 복학하기 전에 등록금 면제를 받았던 학생에게 혜택을 주었다. 엉터리도 정말 이런 엉터리가 없다. 당시 매우 가난하였던 우리 집 형편에 한 학기 등록금은 정말 큰돈이었다. 

 

 

돈 때문에 슬픈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마 당시 그 돈만 있었어도 힘들었던 우리 집 생활에 큰 보탬이 되었을 것이다. 그때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그 뒤 3학년 2학기에서도 과 수석을 하여 4학년 1학기 등록금은 전액 면제(위 사진의 장학증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또 4학년 2학기 등록금은 다 낼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엉터리 행정 때문이었다. 등록금 면제 기준이 바뀌었는데, 웃기는 것은 그 면제 기준이라는 것이 정말 지나가던 소가 웃을 기준이었다. 공부 성적과 상관없이 우선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면서 부모님이 시골집이 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었다. 도시 변두리 집의 전세금도 안 되는 조그만 시골집이 있다고 말이다. 당시 시골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엉터리도 정말 그런 엉터리가 없었다. 

 

 

그래도 이런 엉터리 행정에 그대로 순응하며 살았다. 어떻게보면 그 뒤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엉터리 행정으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면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보상 등과 관련하여 이상하게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본 경우들을 주워 들으면서 불편한 마음이다. 엉터리로 인해 원치않는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세상은 분명 좋은 세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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