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손해가 편하다

헤스톤 2021. 8. 16. 20:00

나는 얼마 전에 5년 이상 타고 다니던 차를 팔았다. 요즘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차를 이용하지 않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그에 따라 아파트 주차장에 맥없이 세워놓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때는 일주일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괜히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차를 보유함에 따른 비용(자동차세, 보험료, 주차료 등)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없는 불편이 차를 가지고 있음에 따른 비용 및 번거로움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삶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날아오르는 연줄을 끊으면 연이 더 높이 날 줄 알았는데, 그 연은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라거나 "철조망을 없애면 가축들이 더 자유롭게 살 줄 알았는데, 사나운 짐승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쩌면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차를 가지고 있음에 대한 비용과 없는 것에 대한 불편에 대하여 나이라는 무게는 그 저울을 다르게 한다. 車(차)라는 것은 젊을 때나 부부가 각자 필요한 것이지, 나이를 먹으면서는 부부가 한 대만 가져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자동차 중고 사이트에 가입하여 경매를 붙였고, 최고가를 제시한 사람에게 팔았다. 차를 판 것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니기에, 그냥 팔기만 했다면 이렇게 기억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무엇에 홀린 것처럼 후다닥 팔아치운 후 후회가 되었다. 우선 최고가를 부른 딜러가 보낸 매매업자는 무슨 트집을 그렇게 잡는지 딜러와 둘이 전화를 하며 서로 짜고 치는 모습이 보였다. 가격은 예상보다 너무 많이 내려갔고, 그때 팔지 않겠다고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정말 그냥 팔지 않았다면 기분 나쁠 것도 없는 것인데, 나는 왜 그때 둘의 꼬임에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당시 내가 무엇에 씌었는지 덜컥 계약을 하고 말았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곳에 알아 본 금액보다 큰 금액을 손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정신이 얼얼한 상태에서 한참 동안 불쾌함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너무 급하게 처분하는 바람에 차에 있는 "하이플러스 카드"를 빼지 않은 상태로 넘기게 된 것을 사흘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카드를 돌려달라고 하니,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잘 찾아보고 곧바로 연락달라고 하였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 인터넷으로 분실신고를 하였다. 다음날 혹시 부정사용이 있었는지 확인해보니, 여러 건의 부정사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잖아도 차를 판 것에 대하여 후회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게 하는 것이 괘씸하여 "타인 카드 무단 사용으로 경찰서 고발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물론 금액으로는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상당히 괘씸하지 않을 수없었다. 물론 내가 차에 있는 물건들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고 넘긴 잘못도 있지만, 남의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용서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 후 차를 인도해간 기사의 행위라는 것이 밝혀졌다. 약 3일동안 사용한 건수가 10여 건 된다. 솔직히 용서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어쩌면 한 사람의 미래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민하였다. 무엇보다 그 기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기에 인정 많은 나는 또 분을 삭이면서 없던 일로 하였다. 그러면서 차를 판 것에 대하여도 쿨한 생각을 가지기로 하였다. 되돌릴 수 없는 일로 속을 끓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과 더불어 "세상을 손해보지 않으면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이것뿐만 아니고, 모든 것이 그렇다. 적당히 손해 보면서 산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편하다.

 

누구나 손해보는 것을 싫어하고, 조금이라도 이득을 취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욕심없는 사람은 드물고, 남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내 몫이 줄어드는 것에 대하여는 모두가 싫어한다. 하지만 손해를 보면서 사는 것이 누구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직장에서도 내가 좀 더 일하는 것이 편하듯이, 좀 손해를 보면서 산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어쩌면 이것도 삶의 역설에 해당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손해보면서 사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나중에 큰 이익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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