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막힘의 고통 (하)

헤스톤 2023. 11. 10. 05:33

 

 

 

발병 3일째 날(11. 2.)이다. 종합병원이 아니면 불신하는 마누라 말에 따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이렇게 챙겨주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만약 혼자였다면 다시 동네 병원이나 갔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누가 옆에 있다는 것이 꼭 得(득)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날도 결과적으론 돈과 시간만 허비하였다.

업무시간보다 일찍 서둘러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시간이 급하다는 말을 담당자에게 전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의사 선생이 말하길 당분간 오줌줄을 달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너무 힘드니 급하게 수술해 줄 수 없겠습니까?"

"수술일정이 꽉 차서 아무리 빨리 잡아도 약 1개월 후에나 가능합니다."

"먼저 오늘은 검사를 진행하고 3~4일이라도 오줌통을 지녀야 될 것 같습니다."

오줌통을 매달고 살려니 앞이 깜깜하다. 그냥 나왔다. 집사람은 그럼 집과 가까운 종합병원인 '한일병원'으로 가보자고 한다. 아무래도 그곳은 이곳보다 한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일병원'에 도착하여 접수하고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부른다. 을지병원에서 들은 이야기와 비슷하다. 오히려 한술 더 뜬다. 오줌 줄을 매달고 지내는 것은 같고, 검사일자도 일정 참조하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허탕 친 기분으로 그냥 나왔다. 

 

 

 

가까운 곳의 비뇨기과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노원역 근처의 비뇨기과가 괜찮은 듯하여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집사람보고는 그냥 집으로 가라고 해도 걱정이 되는지 계속 운전을 해준다. 그곳에서 약간의 따끔거림을 또 맛보면서 소변을 강제로 뺐다. 소정 검사를 진행한 후 의사선생이 말한다. 

"전립선이 정상인의 경우 호두알만한 20g인데, 환자분은 75g으로 약 3.5배 이상 큽니다."

"약 5년 전 검사받을 때는 60g이라고 들었는데~"

"전립선 크기가 너무 커서 저희 병원에서는 수술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견서를 써 줄 테니 신사동에 있는 병원으로 가서 수술받으시기 바랍니다."

"왜 이곳에서는 안되나요? 하루종일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다가 여기에 오게 됐는데, 다시 강남까지 가려니 지치는군요."

"여기에서는 그 큰 것을 처리할 기계가 없습니다. 소개해주는 그곳이 아주 수술 잘하는 곳이니 지금 가셔서 진료받으시기 바랍니다."

처방해 준 약을 사고 신사동의 병원으로 향했다. 신사동의 비뇨기과 선생님은 매우 친절하였다. 자세하게 설명을 해줌은 물론이고, 당장 수술을 진행시켰다. 하반신 마취라고 했는데, 전신마취를 한 것 같다. 약 1시간 수술이 진행되었고, 몇 시간 후 잠에서 깼다. 집사람이 오랜 시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입원하여 그날 밤을 보냈다. 집사람에게는 그냥 집에 들어가서 쉬라고 해도 내 옆에서 간호를 한다. 왠지 고맙고 미안하다.

 

 

 

다음 날(11. 3.) 아침 일찍 퇴원을 한 후 집에 왔는데, 역시 수술부위가 좋지 않다. 역시 오줌은 마려운데 잘 나오지 않는다. 배운 대로 스스로 오줌줄을 끼웠다. 병원에서 연습할 때는 잘 되던 것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프기만 하다. 그러다가 오줌이 적게라도 나오기 시작한다. 오줌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문제는 자주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난 다음, 오줌에서 피가 나온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약 1개월 정도 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여 심적으론 약간 안정이 되지만, 갈수록 피의 양이 늘어난다. 혹시 실밥이 터지거나 지혈이 되지 않아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월요일(11.6) 아침 일찍 의사선생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니 사진을 찍어 보내란다. 

"사진 보았는데, 그 정도 갖고는 괜찮은 것입니다. 안에 고여있던 피가 나오는 것입니다."

"솔직히 불안해서요. 이틀은 적게 나와서 그러려니 했는데, 어제 새벽부터 너무 많은 양의 피가 나와서요."

"차츰 괜찮아 질 것입니다."

그래도 불안하게 계속 피가 나오더니 수술 6일째(11.7.)부터는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다만 자주 마렵고, 오줌 배설 시 따끔거림은 여전하다. 아직 힘들지만, 차츰 나아지리라고 본다.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리라고 본다. 

 

막힘없는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 세상인지 새삼 깨닫는다. 내 몸부터 막힘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어느 시인의 시에서 "방귀는 내 몸 안의 하늘과 땅이 통하는 소리"라는 글이 생각나서 시원하게 방귀 한번 뀌어본다.     

 

오래전 작성하였던 유서는 큰 수정 없이 일자 등만 고쳤다. 솔직히 지난 인생을 돌아볼 때 많은 흠결이 있었다. 지우고 싶은 흠결도 많지만, 모두가 나의 페이지이다. 기족이나 가까운 이들에게 잘못했던 부분들도 떠오른다. 배우자와 자식을 비롯하여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용서를 바란다. 주기도문에 나오는 말처럼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듯이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처럼 서로의 용서를 바란다.  

가을도 머지 않았다. 떠나기 싫어하는 가을 햇살이 길게 누워있다. 나무들이 아직 매달린 잎으로 해 넘어가는 것을 막아보지만, 큰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다. 떨어지는 나뭇잎들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흐느낀다. 남아있는 자나 가는 자 모두 자신의 운명이다. 오늘도 다시 어둠이 깔리고 있다. 어둠은 그리움을 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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