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막힘의 고통 (상)

헤스톤 2023. 11. 8. 21:44

 

 

힘든 고비를 넘겼다고 하지만, 지금도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인은 전립선 비대로 인한 것이었지만, 약에 대한 무지와 대처를 잘못한 탓으로 지금도 심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솔직히 많이 힘들다.

 

시작은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골프 약속에 따라 새벽에 차를 몰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남에 따라 오줌이 마렵기 시작하여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게소 화장실로 갔다. 안에 있는 오줌 양은 많은데,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차츰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많이 나오지 않은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오줌이 마렵기 시작한다. 그냥 골프장까지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갔지만, 졸졸 나오는 정도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좀 힘들긴 해도 그냥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본격적인 고통은 후반 9홀을 시작하면서 매홀 이어졌다. 무엇보다 오줌은 엄청 마려운데, 오줌 나오는 양이 너무 적다. 그러다가 갈수록 아예 나오지 않는다.

오줌만 마려울 뿐, 오줌은 나오지 않는다. 아랫배가 묵직하다. 어쩌다 있는 간이 화장실로 들어가 한참을 누려고 시도해도 나오지 않는다. 하도 힘을 주었더니 결국 탈항이 심해졌다. 평소 치질이 조금 있었는데, 그것이 아주 심해지게 되었다. 얼마나 힘을 썼던지 치핵 나온 것을 손으로 넣으면 들어가던 것이 아무리 넣으려 해도 들어가지 않는다. 샤워하면서도 앞과 뒤의 고통은 더 심해졌다. 동반자들과 밥을 먹으러 가서는 식당 화장실에서 살았다. 밥은 한 숟가락만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왔다. 서울로 오는 차량들은 왜 이리 많은지 도로가 꽉 막혔다. 오면서 휴게소나 졸음 쉼터에 들려서도 오줌 누는 것을 시도하였지만, 소용없었다. 변기에 앉아 뒤로라도 빼려고 용을 써도 안된다. 오히려 탈항만 더 심해졌다. 속된 말로 미자바리가 다 빠졌다. 아주 크게 빠졌다. 앞과 뒤의 고통으로 정신까지 혼미해지려고 한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운전을 하고 있는 집사람에게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 줄 것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사람은 '원자력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응급실로 부리나케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은 암 전문병원이라고 하면서 나의 상황에 맞는 응급조치에 난색을 표한다. 한마디로 단시간 내로 응급조치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을지병원'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시간만 허비하였다고 생각하니 배가 더 아파 온다. 곧 오줌보가 터질 지경이다. 지하에 주차하였던 차를 집사람이 꺼내오는 시간도 매우 더디게 느껴진다. '을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에 약간의 쓰라린 고통은 있었지만, 일단 오줌을 빼고 나니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의사 선생은 혹시 감기약을 복용하였는지 묻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립선 비대 환자에게 감기약은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무지는 간혹 사람을 죽게도 한다. 전날 저녁에 감기 기운이 있는 듯하다고 집사람이 종합감기약을 권하여 먹었던 것이다. 전립선 환자에게 감기약은 그냥 일반 감기약이 아닌, 의사의 처방을 받은 감기약만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내가 먹은 감기약은 종합감기약이다. 감기약 기운이 뻗치면서 결국 좁은 오줌 길을 완전히 틀어막아 배설하지 못하는 고통을 갖게 된 것이다. 

그나저나 하루만 지나면 감기약 기운도 빠질 것이기 때문에 정상으로 회복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줌이 마렵지 않게 된 몇 시간만 편했다. 그날 밤부터 다시 오줌은 마려운데 오줌이 나오지 않는다. 밤새도록 잠도 자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서 있거나 앉아 있기만 했다. 치질의 고통도 더 심해졌다. 이러다가 아무래도 쓰러질 것 같다. 너무 괴로워하는 나를 본 집사람은 다음 날(11. 1) 새벽 5시에 '한일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 접수하고 대기하는 시간도 일각이 여삼추다. 그래도 응급조치를 받고 보니 또 살만 하다. 영업시간이 되면 비뇨기과에 접수하여 진료받으라는 말을 건성으로 듣고 나왔다.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침을 먹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오전에 병원에 접수하려고 하니 담당 의사가 오후 2시 이후에나 진료를 본다고 한다. 무엇보다 기존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몇 시간을 또 기다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냥 포기하고 동네 비뇨기과로 향했다. 약을 처방해 준다. 무엇보다 이제는 감기약 기운도 빠졌을 테니 예전처럼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처방해 준 약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치질의 고통은 더 심해졌다. 치질 전문 병원에 가니 그곳에서도 수술의 필요성과 함께 약만 처방해 준다. 치질보다도 더 급한 것은 오줌이다. 발길을 돌려 집에 오니 또다시 오줌을 누지 못하는 고통이 밀려온다. 동네 비뇨기과로 가서 강제로 오줌을 뺐다. 일단은 시원하여 부족한 잠을 채우려 초저녁부터 잠자리로 들어갔다.

 

배설하지 못하는 고통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예전부터 듣던 말로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하면 건강하다는 말에서 "잘 싸고"라는 말이 깊게 다가온다. 기적이란 다른 게 기적이 아니고 "잘 싸는 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배설하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숨도 마찬가지다. 들이마시지 못해서 죽는 것이 아니고, 내뱉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죽을 때 크게 들이마시고는 죽는다. "呼吸(호흡)"이라는 말도 吸(흡)보다 呼(호)가 앞서는 이유이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를 염려하며 일찍 잠을 잔 탓인지, 자정 무렵에 일어나게 되었다. 약 4년 전에 작성하였던 유서를 꺼내서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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