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에 내리는 秋雨 기일에 내리는 秋雨 비가 온다 아버지가 울고 있다 살아서는 눈물을 감추시더니 돌아가신 후에야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의 차마 어쩌지 못한 인생을 한 땀 한 땀 들여다 보면 맺힌 것이 너무 많았던 인생 감추고 싶은 과거도 많은 인생 아버지이고 가장이기 때문에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한 .. 나의 시 문장 2014.10.31
杞憂와 愚問 杞憂와 愚問 돈다발이 쌓이고 쌓여 어디에 둘까 고민하는 꿈을 꾸다가 평생 돈하고 인연이 멀었던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아 벌떡 일어나보니 둥근달이 방안 깊숙이 들어와 환하게 웃고 있다 복권가게앞을 지나면서 돈다발 꿈이 생각나 살까 말까 망설이길 수차례 혹시 일등.. 나의 시 문장 2014.10.24
별을 심는다 별을 심는다 힘들고 괴로울 땐 하늘을 본다 별들이 총총히 박혀있는 그 옛날의 밤하늘을 나의 별 너의 별 우리 별하면서 꿈속까지 끌고 갔던 별, 언제부터인지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싫어졌는지 감추고 싶은 과거가 많은 탓인지 자꾸만 숨는다 별들이 나타날 때까지 하늘만 쳐다볼 수도 .. 나의 시 문장 2014.10.13
제비의 맹세 제비의 맹세 지난봄 함께 왔던 친구들은 모두 강남으로 이사 떠난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노란 주둥이를 힘껏 벌리면서 먹을 것 달라고 아우성인 새끼들을 보니 마음이 급해진다 차가운 바람속으로 사라진 찢어진 낙엽이나 이슬처럼 잘못될까봐 애간장이 녹는다 잠자리 한마리 간신히 .. 나의 시 문장 2014.10.01
벼락맞은 나무 벼락맞은 나무 굳이 흠이라면 남들보다 좀 잘 생겼을 뿐이었고 잘못이 있다면 모진 비바람에도 꼿꼿하게 버티었다는 것일텐데 잘난 것이 죄가 되어 이만칠천도의 쑤심질로 숙일 고개도 없이 시커먼 잔해가 되고 말았으니 이런 몰골이 되어버린 것은 타고난 운명이었을까 하늘의 뜻이었.. 나의 시 문장 2014.08.20
계곡에선 쉰다 계곡에선 쉰다 햇볕이 나뭇잎을 뚫을 듯이 기승을 부리는 날 땀 흘리며 산길 걷다가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있으면 풀벌레의 장구에 맞춘 새소리들이 모두 황진이의 노래로 들리며 시원한 유혹에 깊이 빠져 가야할 길을 잊어 버린다 힘들고 덥다고 헉헉거리는 인생길 풍류의 역사속으로 들.. 나의 시 문장 2014.08.08
身安골 맑은 물 身安골 맑은 물 신안골의 울창한 숲사이로 쌓이는 햇살에 몸을 기대고 있노라면 유년 시절로 달려가 늙은 보살의 구슬픈 노래가 이십리길 골짜기를 뒤덮는다 땀으로 얇은 옷이 흠뻑 젖어 시선들이 달라붙건 말건 계곡을 향해 토해내던 소리는 욕심을 털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중생을 .. 나의 시 문장 2014.07.18
칠월이 좋다 칠월이 좋다 칠월이 좋다좋지 않은 달이 어디 있겠느냐만칠월은 그냥 좋다마누라 닮은 접시꽃이 피고아들 닮은 과일들이 익어가는 달그보다 집안의 장남인내 생일이 들어 있다고어머니가 좋아하니까그냥 좋다 나의 시 문장 2014.07.11
고모의 마지막 말 고모의 마지막 말 무슨 말인지 몰라 애를 태우다입 모양을 보고야 알았다거추장스런 콧줄을 꿰고 홀쭉해진 볼을 간신히 움직여"잘! 살! 아!" 누가 그랬던가착한 사람은 갈 때도 착하다더니추운 겨울속에서만 살다가한평생을 내어 주고 가면서도 무엇이 모자란지 남은 기력을 다 짜내어"잘! 살! 아!"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오래살면 죄가 된다고속을 비우며 눈물 흘리시더니껍데기로 먼 길 떠나시기 전남긴 마지막 말"잘! 살! 아!" 왜 이렇게 흔들어 대는 걸까아버지나 당신처럼그렇게 살지 말라는 것 같은데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일까 나의 시 문장 2014.07.07
뺑소니를 치다니 뺑소니를 치다니 공사가 중단된 지 오래된 건물 벽에 누가 본다고 입후보자들의 벽보가 덕지덕지 가로등도 잠들고 달도 외면하며 지나치는 이곳을 심야에 운전하고 가다가 사람을 치고 말았다 죽었는지 움직임이 없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안고 망설이다 도망쳤다 완.. 나의 시 문장 201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