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身安골 맑은 물

헤스톤 2014. 7. 18. 15:50

 

 

 

 

身安골 맑은 물

 

 

신안골의 울창한 숲사이로 쌓이는

햇살에 몸을 기대고 있노라면

유년 시절로 달려가

늙은 보살의 구슬픈 노래가 

이십리길 골짜기를 뒤덮는다

땀으로 얇은 옷이 흠뻑 젖어

시선들이 달라붙건 말건

계곡을 향해 토해내던 소리는

욕심을 털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중생을 위한 자신의 모자람을

채찍질하는 것이었으리라

 

아무리 오지라곤 하지만

목탁을 두드리는 자도 없는 절을

홀로 지키고 있다는 것이

부처님에게 큰 죄를 짓는 것 같아

멀고 먼 곳에서 찢어진 집을 찾아

평생 모았을 돈 다 던져주고

자식삼아 스님삼아 데려왔건만

성년이 되면서 떠나가 버렸으니

절 안에서 통곡을 할 수도 없고 

염불로는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

골짜기를 붙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때 보살의 노래와 눈물들이

지금도 마르지 않고 곱게 흐른다 

 

 

* 아래 글은 여기저기서 문학강좌를 하시고, "시인촌 교실" 등을 통하여 "시 창작"과 관련한 지도를 

  고 계시는 "유창섭 시인님"께 위의 글을 메일로 보내면서 이러저러한 곳이 마음에 안들고 어디를 

  떻게 다듬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으니.. 바쁘신 와중에도 아래와 같은 답신이 왔기에 여기에 올립니다.

 

신안골이라는 계곡에 절 하나 있는 모양입니다. 그 절에 대해 들리는 소문과 이야기를 소재로 하나의 깨달음을 던져

주는 시로 그 정서를 드러낸 글입니다.

“숲사이 쌓이는 / 햇살에 몸을 기대고 있노라면”과 같은 구절이 새로움을 추가 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전반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시이지만, 조사를 적당한 곳에서 정리하여 그 의미가 갇히지 않게 열어두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체로 들은 이야기를 시화하여 “이야기 시”의 형식으로 꾸미는 시는 쉽게 이해되지만, 그 감동의 골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시인 자신의 체험의 축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미 작고한 박태진 시인이 그 이야기 시를 시도한 적이 있으나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던 것도 그런 이야

기의 한계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보살의 깊은 뜻이 “중생을 위한 자신의 모자람을 / 채찍질하는 것이었단다”로 표현되어 그 불성佛性을 나타내고 있

는 점이 감동과 연결되어 있고, “자식삼아 스님삼아 데려왔다던데 / 얼마 지나지 않아 가버렸으니”에서 보는 바와 같

인간에 대한 믿음의 무상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종결어미의 운용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면 좋을 것 같고, 이 시에서는 조사의 운용에

대한 검토를 통해 시적 의미가 다소 확장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

 

身安골 맑은 물

 

신안골의 울창한 숲사이 쌓이는

햇살에 몸을 기대고 있노라면

유년 시절,

늙은 보살의 구슬픈 노래소리

이십리길 골짜기를 뒤덮는다

얇은 옷이 땀에 흠뻑 젖어

시선이 달라붙건 말건

계곡을 향해 토해내던 소리,

욕심을 털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중생을 위한 자신의 모자람을

채찍질하는 것이었단다

 

아무리 오지라곤 하지만

목탁을 두드리는 자도 없는 절을

홀로 지키고 있다는 것,

부처님에게 큰 죄를 짓는 것 같아

멀고 먼 곳에 떨어져 있던 집을 팔고

평생 모았을 돈 다 던져주고

자식삼아 스님삼아 데려왔다던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가버렸으니

절 안에서 통곡을 할 수도 없고

염불로는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

골짜기를 붙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때 보살의 노래와 눈물들이

지금도 마르지 않고 곱게 흐른다지

 

* 신라 경순왕이 충북 영동군에 있는 영국사에서 수학할 때 신안사(충남 금산 제원 소재)에 가끔들러

  숙하였다고 하는데, 몸이 매우 편안했다고 하여 身安寺(신안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음 

* 지금은 매우 훌륭한 사찰로 몇 분의 스님도 있으며 신축 및 증축 등으로 제법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절의 형태만 간신히 갖추었고 스님도 없이 늙은 보살 혼자 돌보고 있었음

* 그 보살은 약 20리가 넘는 산길을 걸어 자주 우리집에 왔었는데..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셨겠지만 지금

  까지도 깊은 계곡인 신안골에서 흐르는 맑은 물과 소리는 그 보살의 눈물과 노래가 아닌 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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