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선 쉰다
햇볕이 나뭇잎을 뚫을 듯이
기승을 부리는 날
땀 흘리며 산길 걷다가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있으면
풀벌레의 장구에 맞춘
새소리들이 모두
황진이의 노래로 들리며
시원한 유혹에 깊이 빠져
가야할 길을 잊어 버린다
힘들고 덥다고
헉헉거리는 인생길
풍류의 역사속으로 들어가
정분이 담긴 詩 한수를
만지작거리고 품어보면서
명기들이 흘렸을지도 모를
향기 한줌 맡아 볼 수 있다면
좀 천천히 간 들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