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제비의 맹세

헤스톤 2014. 10. 1. 09:13

 

 

 

제비의 맹세

 

 

지난봄 함께 왔던 친구들은 모두

강남으로 이사 떠난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노란 주둥이를 힘껏 벌리면서

먹을 것 달라고 아우성인 새끼들을 보니

마음이 급해진다

차가운 바람속으로 사라진

찢어진 낙엽이나 이슬처럼

잘못될까봐 애간장이 녹는다

 

잠자리 한마리 간신히 물고 왔지만

나눠먹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햇볕의 기운이 뚝 떨어진 탓으로

벌레구경도 힘들어지고

아무리 바쁘게 돌아다녀도

허탕치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데

비까지 추적추적 내린

 

어디서 흥부전을 잘 못 읽었는지

삼짇날에 박씨를 물고 오지 않았다고

장대를 휘둘러

부리에 상처를 입혔던

고약한 집의 딸이 원망스럽고

둥지를 수리할 때

지저분하다고 자꾸 긁어내던

그 딸의 그 아버지가 너무 밉지만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겠는가

 

되돌아갈 수도 없고

보상받을 수도 없는 지난 시간

힘들었던 하루가 지나고 밤이 되면서

간신히 잠든 새끼들을 보며

독한 마음을 품어 본다

어떻게든지 살아서 힘을 올려

눈보라가 몰아치기 전에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겠다고

 

 

우리네 인생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뜻대로 안되는 것이 더 많으리라. 그리고 남들과

자꾸만 자신을 비교할 필요도 없다. 자기보다 못난 것 같은 사람이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서 좋은 외

제차 몰고 다닌다고 부러워 할 필요도 없다. 다른 집 자식들은 다 서울 법대나 의대를 나와 판사나

의사가 되는데 왜 내 자식은 이 모양이냐고 할 필요도 없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자신이 가는 길에 재를 뿌리고 훼방 놓던 자들을 탓할 필요도 없다. 내려 놓아야 한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이다.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며 건강하게 살면 된다.

좀 더 즐기면서..베풀면서..새끼들을 바르게 키우면서..열심히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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