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벼락맞은 나무

헤스톤 2014. 8. 20. 16:39

 

 

 

벼락맞은 나무

 

 

굳이 흠이라면

남들보다 좀 잘 생겼을 뿐이었고

잘못이 있다면

모진 비바람에도

꼿꼿하게 버티었다는 것일텐데

잘난 것이 죄가 되어

이만칠천도의 쑤심질로

숙일 고개도 없이

시커먼 잔해가 되고 말았으니

이런 몰골이 되어버린 것은

타고난 운명이었을까

하늘의 뜻이었을까

 

세상소식 전해주는 새들이

동정의 눈길로 보살피고

지나가는 구름과 달이

위로의 손길을 보낸다지만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모든 원망은 벗어던지고

자연을 노래하면서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다면

이대로 머물러 있는 것도

괜찮다고 토닥거리면서

지난 날 벼락맞은 내 상처도

정성스레 어루만진다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 이제는 덤덤하게 말할 수 있지만 벼락을 맞았을 때는 깜깜했다.

입행동기중 선두그룹으로 승승장구하던 나는 나의 성장을 싫어하는 이들로부터 벼락을 맞았다. 겸손하지 못했던

나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한 죄를 뒤집어 쓰고 더 이상 재기할 수 없게 되고 보니 참으로 괴로웠다.

은행 지점장이 될 때까지는 잘 나갔지만 큰 벼락을 맞은 이후 더 이상 승진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러저러한 악연으로 나보다 더 힘든 생활을 한 이들도 많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복에 겨운 소리를 한다고 할 지

모르지만 결국 어떤 인간의 모함과 벼락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은행생활의 1/3을 주구장창 지점장만 열심히

하다가 끝났다.

당시 주변에서 위로랍시고 거들어주는 말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솔직히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던 지인들에게

창피하기도 했지만 그 뒤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다보니 벼락을 맞은 상태로 지내는 것도 한결 편해졌다. 

이제는 내 몸 태워 주변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나의 운명이라 여기면서 지내려 한다.

 

(위의 벼락맞은 나무와 아래의 사진들은 가평 리앤리CC에서 찍은 사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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