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고모의 마지막 말

헤스톤 2014. 7. 7. 16:36

 

 

 

 

 

고모의 마지막 말

 

 

무슨 말인지 몰라 애를 태우다

입 모양을 보고야 알았다

거추장스런 콧줄을 꿰고

홀쭉해진 볼을 간신히 움직여

"잘! 살! 아!"

 

누가 그랬던가

착한 사람은 갈 때도 착하다더니

추운 겨울속에서만 살다가

한평생을 내어 주고 가면서도

무엇이 모자란지 

남은 기력을 다 짜내어

"잘! 살! 아!"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오래살면

죄가 된다고

속을 비우며 눈물 흘리시더니

껍데기로 먼 길 떠나시기 전

남긴 마지막 말

"잘! 살! 아!"

 

왜 이렇게 흔들어 대는 걸까

아버지나 당신처럼

그렇게 살지 말라는 것 같은데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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