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동네 예비군 총각

헤스톤 2014. 6. 24. 16:53

 

 

 

 

 동네 예비군 총각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지저분한 머리라도 덮으면 좋으련만

모자는 접어서 뒷주머니에 넣고

군화밖으로 나온 바지는 너덜너덜

느슨한 단추처럼 자세는 흔들흔들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왔을 텐데

시간에 늦은 것일까

집결지를 모르는 것일까

허둥지둥거리면서

담배연기는 왜 이렇게 뿜어대는지

 

차라리 동네 개가 낫겠다

 

가족이나 향토를 지키기는 커녕

제 몸 하나 지탱하기도 힘들어 보이던

어제의 예비군 총각

 

오늘 정장을 하고 출근할 때 보니

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걸음걸이

눈동자는 반짝반짝

활짝 웃으며 씩씩하게 인사를 건넨다

 

원래 이렇게 키가 크고 잘 생겼던가

완전 딴사람이다

 

'나의 시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모의 마지막 말  (2) 2014.07.07
뺑소니를 치다니  (0) 2014.07.01
그리운 할머니의 촉(觸)  (0) 2014.06.18
친구야! 애쓰지 말자!  (0) 2014.06.03
부도(浮屠)의 전언  (0) 201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