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할머니의 촉(觸)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뜰팡부터 마당까지
깨끗이 쓸어 놓고
삽작문을 열어 놓으신다
전기도 안들어오고
빠른 통신 수단도 없던 시절
손님이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할머니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손님이 오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봉밥에
뜨신 국 한그릇
정담이 오고가며
생기가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반세기가 흘러 이제는
누가 온다고
현관문을 열어놓기는 커녕
애타게 기다리지도 않는다
갑자기 오지도 않지만
함부로 들어올 수도 없다
다 어디로 갔을까
통신 기기들은 넘쳐나는데
할머니도 안계시고
지난 날의 인연으로
들락거리던 인생들도 없어
모락모락도 없는 거실을
무미건조한 바람만
방충망 사이로 왔다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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