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어느 을(乙)의 서러운 날

헤스톤 2014. 5. 14. 18:11

 

 

 

 

 

어느 을(乙)의 서러운 날

 

 

밀린 월세도 내고

이자도 갚아야 한다

수시로 연체를 하다보니

속이 시커멓고

신용도가 바닥이다

 

오늘은 

미루고 미루던 甲이 

꼭 주겠다고 약속한 날

한두 번 어긋난 것이 아니기에

트리에 달려있는 전구들처럼

모든 신경 세포에 불을 켠다

 

하루종일 잔액확인을 해봐도

뜨르륵 소리없이 나오는 통장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받는 것인데

죄인아닌 죄인이 되어

굽신거리며 조심스럽다

"오늘 안됩니까?"

甲의 대답은 칼보다 날카롭다

"안됩니다!"

 

그냥 막

나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떠오르는 애들의 얼굴

날씨도 좋고 꽃들이 합창하니

外食이라도 하고 싶은 날

"안됩니다!"

그 소리가 너무 무거워

털썩 주저앉는다

 

* 어느 영세업체 대표의 모습이 계속 머리주위에서 맴돈다.

  이제는 종업원도 다 내보내고.. 혼자서 기계 한대로 생산도 하고 발로 뛰며 영업도 하는  그의 하소연이

  떠나질 않아 그의 어느 날을 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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