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을(乙)의 서러운 날
밀린 월세도 내고
이자도 갚아야 한다
수시로 연체를 하다보니
속이 시커멓고
신용도가 바닥이다
오늘은
미루고 미루던 甲이
꼭 주겠다고 약속한 날
한두 번 어긋난 것이 아니기에
트리에 달려있는 전구들처럼
모든 신경 세포에 불을 켠다
하루종일 잔액확인을 해봐도
뜨르륵 소리없이 나오는 통장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받는 것인데
죄인아닌 죄인이 되어
굽신거리며 조심스럽다
"오늘 안됩니까?"
甲의 대답은 칼보다 날카롭다
"안됩니다!"
그냥 막
나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떠오르는 애들의 얼굴
날씨도 좋고 꽃들이 합창하니
外食이라도 하고 싶은 날
"안됩니다!"
그 소리가 너무 무거워
털썩 주저앉는다
* 어느 영세업체 대표의 모습이 계속 머리주위에서 맴돈다.
이제는 종업원도 다 내보내고.. 혼자서 기계 한대로 생산도 하고 발로 뛰며 영업도 하는 그의 하소연이
떠나질 않아 그의 어느 날을 그려 보았다.
'나의 시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야! 애쓰지 말자! (0) | 2014.06.03 |
---|---|
부도(浮屠)의 전언 (0) | 2014.05.26 |
초라한 詩 (0) | 2014.04.21 |
오늘도 곰국이다 (0) | 2014.04.09 |
착한 이웃을 기다리며 (0) | 2014.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