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詩
별 관심없이 지나다니던 곳인데
조팝나무의 하얀 꽃들이
무리지어 떠 있는 별처럼 피어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잘 휘어진 미모에 넋이 빠져
펜을 꺼내 문장을 만지작거리다가
詩답지 못한 글을
조팝나무의 꽃인 것처럼 써 놓고
오고가는 이들이 잠시 멈춰
감탄하길 바라는 것 같아
부끄럼으로 고개를 숙인다
얼만큼의 정성을 갈고닦아야
홀딱 반할 꽃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바위를 뚫고 나와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수줍게 미소짓고 있는 민들레가
제대로 그리지 못한 詩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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