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삼패는 편하다

헤스톤 2014. 3. 21. 18:02

 

 

 

 

삼패는 편하다

 

 

강 북쪽에서 일을 보고 돌아올 때

습관적으로 집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곳 

삼패사거리 

月文川에 꽃잎 하나 띄워 놓고

목을 길게 빼고 있는 줄 알면서도

짐짓 멀리 있는 것처럼 신호를 보낸다

아무리 아니라고 속이려 해도

내가 있는 곳을 귀신같이 알고

"삼패이시군요!"

내가 언제부터 삼패가 되었는지

三牌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곧 만날 수 있다는 표시이기에

목소리가 탱탱하다

 

옆으로 한강수가 흐르고

역참에 소속된 말들이 노닐던 곳

계집들도 산수를 벗삼았는지

일패지나 이패건너 삼패에 들어서면

젓가락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오래된 지분 냄새가 지나가고

가로수들이 걸음을 재촉한다

때로는 세월의 흔적을 감추고

一牌와 더불어 풍류를 즐기고도 싶지만

오늘도 세상에서 제일 편한 

三牌냐고 묻는 이와 함께

술 한잔 나누며 사랑노래를 부른다

 

 

* 지금의 삼패사거리는 平丘라고 하여 고려와 조선시대에 중요한 驛站이 있었다고 하며 송강의 관동

  별곡이나 율곡의 漢詩 등에 지명이 나오고 있음. 그리고 지명이 기생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양주시 삼패동 위쪽으로 이패동, 일패동이 있으며, 一牌는 조선말기 기생가운데 가장 높은 계층을

  이르던 말로 예의범절에 밝고 전통가무에 뛰어났으며 그 보다 못한 아래 기생으로 二牌, 三牌가 있음

  

 

사진은 사진작가인 말러 임성환(나의 친구)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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