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그냥 하얀 눈

헤스톤 2014. 2. 6. 21:39

    

 

 

 

 

        그냥 하얀 눈

 

                               

                                  濟南  朴 炯 淳

 

 

 

하늘에서는 펄펄 똑같은 눈으로

새하얗고 뽀얀 모습이었건만

지구에서는 지구의 룰에 따르다 보니

산에 있는 소나무에 살포시 내려앉아

감탄과 환호를 일으키는 上品도 있고

공사현장이나 도로에 털썩 주저앉아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下品도 있다

 

 

지구라는 곳에 平等이란 없다

차별을 감수하며 짧게 살다 가는 삶

경치좋은 곳에서 자태를 뽐낼 수도 있지만

응달진 곳에 머물며 미끄러지기도 한다

모두가 햇빛받은 설경이 될 수는 없나니

눈꽃으로 피어나지 못함을 원망마라

순수한 색깔로 뽀드득거리며

그냥 하얀 눈의 역할을 하려고 애썼다면 

계절이 몇 번 바뀐 무더운 여름날

그립다는 향기 한 사발 건질지도 모른다

 

 

 

석양에 물든 설경에 홀딱 반했다가 내려오는 비탈길에서 꽈당하고 보니..

같은 것 같으면서 다른 눈.. 사람처럼 눈도 가지가지이더라...

지구를 떠난 뒤 향기 한줌 건질 수 있도록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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