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이 있기에
濟南 朴 炯 淳
나이 절반을 싹둑 자른 겨울이었습니다
어깨 한쪽을 빌려주고 싶은 그녀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담아 암호쪽지를 건넸지요
어렵진 않지만 쉽다고 할 수도 없는 표시
조마조마하며 접선 장소에서 기다리는데
사랑이 저만치서 나풀거리며 오더군요
코트 깃을 세우고 코를 훌쩍이며 다가오는데
훌쩍거릴 때마다 내가 빨려들어갔습니다
차가운 말도 세레나데로 들렸습니다
짧은 시간에 마음을 다 들켜버린 나는
놓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손금을 봐 주겠다는 핑계로 그녀의 손바닥에
미래의 선을 그려 넣고 말았습니다
아! 지금은 코를 훌쩍거리지도 않고
차가운 말을 하지도 않습니다만
세월의 무게가 버거워질때는
나이 절반이상을 뚝 분질러 버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말입니다
그해 겨울이 아니었다면 큰 일날 뻔 했습니다
아들도 없을 테고 오늘의 나도 없고
오래된 사랑이 없어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