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누가 내몰았습니까

헤스톤 2013. 12. 20. 17:09

 

 

 

 

 

 

 

   누가 내몰았습니까

 

 

                                      제남  박  형  순

 

 

찬바람이 쌩쌩도는 지하철역에서

맨발의 슬리퍼에 철 지난 옷차림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는 할머니

도우려고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고

힐끔거리는 시선들과 실랑이 하며

따뜻한 옷이라도 사들고 올 아들을 기다리나

집나간 며느리를 기다리나

 

간난세월의 표시인 깊은 주름살과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진 흰머리가 버거운 듯

비스듬히 몸 가누는 것도 쩔쩔매며

갈라진 손으로 차갑게 쥐고 있는 것은

희망일까, 분노일까, 운명일까

 

차라리 이 장면이 드라마라면

조연이라도 슬그머니 나타날 때가 되었건만

현실은 픽션이 아닌 탓으로

칼을 품은 날씨가 넋이 나간 몰골을 짓밟아

다음 계절을 보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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