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빠알간 아침

헤스톤 2013. 11. 14. 18:06

 

 

 

 

 

 

            빠알간 아침

 

                      

 

                                                濟南  박  형  순

 

 

밤새 내린 비로 굴러다니던 낙엽도 걸음을 멈춘 아침

앞에 가는 빠알간 차의 운전석에서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의 양심이 멈춘 삶위로 떨어진다

습관적으로 상향등을 깜박거려 주의를 보내니

좌우로 찢어지지 않는 브레이크등을 비상등인 양

반짝거리며 가다서다를 반복하기에

분노지수를 가리앉히려 묵직한 경고음과 함께

추월하면서 슬쩍 보니 

겨울로 가는 짙은 화장의 여자

 

바람이 멎어 가로수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침

뒤를 바짝 따르며 빵빵대는 빠알간 여자

보복을 하려는 듯 으름장을 놓는 하이빔 세례

겁도 나고 자꾸만 구겨지며 뒤뚱대는 마음이라

빨갛게 바뀌는 신호등을 이용하여 한바탕 하려는데

옆으로 다가와 빠알간 립스틱을 튕기며 나오는 소리

 

"뒷 바쿠 빵꾸난 것 같아요!

글구 아까 꽁초 실수로 떨어트렸어요..미안해요!"

 

내 펑크는 알지도 못하면서 씩씩거리며 보낸 아침

따뜻한 색깔이 곱지 않은 시선을 비웃으며 지나가고

차가운 바람이 숭숭 뚫린 마음으로 들어온다 

사소한 실수나 겉모습만으로 전부를 재단하여

나한테 상처 받았을 사람들이 떠오르고

지금까지 그들에게 연고도 발라주지 못한 기억들이

나의 이곳저곳을 펑크투성이로 만들어

큰 수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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