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환절기 신경전

헤스톤 2013. 9. 13. 18:20

 

 

 

 

 

 

환절기 신경전

 

                          제남    박 형 순

 

 

아내는 창문을 닫는다

찬 바람이 싫다고 한다

나이를 먹었나 보다

복이 나가지 말라고 닫는다

 

나는 창문을 연다

속에서 열이 끓는다

서늘한 바람이 상쾌하다

복이라도 들어오라고 연다

 

우리집에 나갈 복이 있는지

들어올 복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싸우면 언제나

아내가 이긴다는 것은 안다

 

보던 책을 덮어서 휘휘 젓는다

아내가 연속극 볼 때 헤살을 치면

찬 바람이 쌩 돈다

나는 으스스한데

열이 나는지 문을 연다

아내가 열어놓은 마음으로

추운 내가 들어간다 

 

 

문을 닫고 있으면 덥고 열고 있으면 춥다. 이름하여 환절기이다. 

환절기에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다. 사람에 따라 체온차도 심한 모양이다.

내가 더우면 다른 사람도 덥고, 추우면 다 추운 줄 안다.

 

나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책을 읽고싶고..아내는 드라마에 빠져있다.

나는 창문을 열고 아내는 닫는다.

내가 추울 때는 열고 더울 때는 닫는다. 싸워봐야 나의 패배이다.

책을 덮어 부채질 하다 보면..어느정도 시간이 익으면 아내는 마음의 문을 연다.

나는 여름(夏)이고, 아내는 가을(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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