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가을이 오는 한강에서

헤스톤 2013. 9. 3. 20:26

 

 

 

 

 

 

가을이 오는 한강에서

 

 

                   제남   박 형 순

 

 

뒤통수가 간지러워 툭 쳐보니

귀뚜라미가 떨어진다

하늘이 많이 올라갔다고 느꼈을 뿐

아직 멀었다고 믿었는데

가을은 이미 머리에서 놀고 있었다

 

덥다고 적당히 드러난 옷차림으로

수박을 먹으며 여럿이 

가가대소하던 강변엔

서늘한 바람이 자리를 치지하고

쓸쓸함을 먹고 있다

 

불빛을 잔뜩 머금었던 강물이

그늘속으로 쑥쑥 빠져나간다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정말 가버렸나 보다

 

이젠 어지간히 변해버린 꿈들을

강물위에 띄워놓고

어슴푸레 보이는

저 물결의 끄트머리까지가

나의 삶이라 여긴다

그냥 거기까지가 가을이다

 

그 이후는 모른다

용하다는 점쟁이가 와도 모른다

 

 

 

 

9월이다. SEPTEMBER..

그렇게 울어대던 매미는 다 어디로 갔는지 아예 들리질 않는다. 대신 가을 풀벌레 소리가 구슬프다.

 

과일 중에서 수박은 웃통을 벗거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먹어야 어울린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먹어야 맛이 나는 과일이다.

또 여름에 먹아야 제 맛이 난다. 하기는 쓸쓸함을 여름에 먹는다면 별로일 것 같다.

 

이십대나 삼십대때만 해도 영원히 늙지 않을 줄 알았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맨날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다. 

그때 보았던 강물이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세상에 가만히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꿈도 변한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가 중요하다. 누구나 그렇듯이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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