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려주기
제남 박 형 순
미용실에 머리깎으러 온 아이
기다리기 지루한지 이곳저곳 다니며
염색약, 머리빗, 가위, 헤어드라이어
넘어뜨리고 흩뿌리며 돌아다닌다
그 아이 형인듯한 학생의 머리를 다듬던
파마머리 미용사의 한마디
"할아버지 옆에 조용히 앉아있어!"
주변을 둘러보니 나밖에 없다
나의 손놀림이 갑자기 바빠지며
애꿎은 신문을 탁탁치며 읽는다
놓여있는 신문들이 너무 늙었다
노령연금, 노인복지, 고령화, 독거노인
내용들이 어지럽고 산만하다
아이는 계속 왔다갔다 한다
나보다 조금 아래인 것으로 보이지만
미용사 들으라고 아이에게 한마디
"저기 할머니가 뭐라고 했어!
이 아저씨옆에 앉아 있으라고 했잖아!"
파마머리에서 나오는 냄새와
신문에서 빠져나온 글자가 엉킨다
가위질하던 아줌마 손길이 느려지더니
아이의 발을 단단히 묶고
미용실안의 시계가 가던 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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