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의 등 굽은 고목
濟南 朴 炯 淳
서당친구들 간 지는 이미 오래됐고
소학교 선생하던 애들도 다 가버렸고
국민학교 교장하던 손자들도 싹 보냈는데
나는 오늘도 왜 이 볼품없는 모습으로
구차한 삶을 이어가고 있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나를 잊어버렸나봐
이제는 늙어도 너무 늙어
봄비로는 일어날 힘도 없고
여름비를 맞고서야 겨우 잎을 다는
나의 이 처량한 몰골에
무슨 영험한 기운이 남아있다고
사단병력의 개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나의 몸을 핥아대며 행군을 하고
아침엔 참새들이 회의장소로 사용하며
해 넘어가면 간절한 소원들이 주둥이를
여기저기 갖다댄다
글 읽는 소리듣고 뛰노는 학생들 바라보며
동심으로 살은 죄밖에 없는데
이제 또 여름이 왔다고
등위로 힘겹게 가지뻗어
아직도 숨쉬고 있는 죄인임을 알리노니
올해는 제발 넘기지 말아달라고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인다
* 위의 고목 사진과 아래의 사진은 이러저러한 글을 읽다가 비슷한 것으로 눈에 띄어 옮겨다 놓은 것이며, 위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 고향의 고목 사진을 추후 찍어오면 교체하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내려다 보고 있는 밑둥이 다 썩었던 그 나무가 아직도 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2013. 9. 18.(목) 추석전날 성묘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나무가 있는지 가 보았다.
없다. 없어졌다. 그 나무가 있던 자리는 완전히 없어졌다. 아래 사진은 그 나무가 있던 자리 근처이다.
그리고 그 아래 사진은 그 나무가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았던 학교이다.
기분이 묘했다. 흔적도 없이 파 헤쳐서 평지를 만들어 남의 집터가 되어 있었다. 내가 결혼할 때만 해도 있었는데.. 하긴 이제는 내가 살던 우리집은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다. 역시 흔적도 없다. 많이 변했다. 학교도 왠지 낯설다. 어느덧 세월이 많이 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