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속병
박 형 순
끄윽 끄윽 끄억 끄어억
끄윽 끄윽 끄억 끄어억
멀리 있는 친척에 어린 아들을 맡기고
이 걱정 저 걱정도 모자라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 만큼 걱정을 만들며 지새우더니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몰래몰래 눈시울을 붉히다가
끄윽 끄윽 끄억 끄어억
끄윽 끄윽 끄억 끄어억
목을 풀다가 당기면서 나오는 속앓이
머리가 쭈뼛거리고 소름이 송글송글
곡절많은 삶을 지탱하는 것도 버거운데
이 자식 저 자식 돌아가며
깎아내리고 닳아빠지게 하여
깊은 곳에서 흘러 나오는 괴로움
함께 있을 땐 못 마땅해 하였지만
존재자체로 버팀목이 되어주던 짝이
아주 먼 곳으로 떠난 이후로는
더욱 애처롭고 슬프게 들리는 외로움
끄윽 끄윽 끄억 끄어억
끄윽 끄윽 끄억 끄어억
애틋한 그리움을 가슴에 깊이 묻고
거친 손은 자식들의 행복에만 사용하며
밥술은 뜨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그만 괴롭혀도 좋을 속을
뒤집고 또 뒤집는다
가냘프고 여윈 등이 애처로워
손바닥을 이리저리 눌러주고
곱디 고운 말만 골라 덮어줘도
어쩌다 들려오던 끄윽 끄윽 끄억이가
이젠 너무 자주 귀청을 파고드니
이순을 바라보는 어린 아들은
홍수처럼 내리는 눈물로
고통의 고랑을 메워
시냇물처럼 흘러가길 조아린다
사실 이 글은 약 3년전에 작성한 것이다. 문예지에 무슨 시(詩)를 보낼 까 뒤적거리다가 꺼내보았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영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 여러번 퇴고(推敲)를 하였다. 그런데도 매끄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우선 나를 갈고 닦아야 할 것 같다.
어머니는 젊을 때부터 속병을 앓고 있었다. 신경성, 만성으로 음식물 소화를 제대로 못시켰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끄윽 끄윽 하실 때마다 표정이 안 좋았다. 어머니가 먼저 갈까 봐 안절부절못하셨다. 지금도 그 모습이 선하다.
어머니를 뵙고 올라오는 길이었다. 아버지가 계실 때보다 더 힘들어 하는 어머니의 괴로움이 들리는 것 같아 울~컥하였다.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운전하면서 나도 모르게 와이퍼를 작동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