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더미필름의 한마디

헤스톤 2013. 12. 27. 17:34

 

 

 

 

   더미필름의 한마디

 

 

                                        제남    박 형 순

 

 

 

원자재도 아니고 부자재도 아니다

해야할 일은 단 한가지

백팔십도 熱속으로 들어가

귀하신 몸들이 매끄럽게 붙도록 해주면 된다

붙어 먹은 것들은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고 죽어간

무명용사는 차가운 구석에서 처량하다

 

한번 사용하고 나면 버려지는 역할

재활용도 안되는 삶

원자재같은 인생도 아니고

부자재같은 인생도 아니며

일회용 소모품으로 살다 가는 신세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쓰레기들을

어디로 치울까 고민하는 나에게 

이름마저 사라진 이놈들은 말한다

너는 한번이라도 무엇인가를 위해

백팔십도의 情熱로 목숨을 걸어보았느냐고

 

 

 

 

 

* 더미필름이란 원자재인 도체와 필름들이 매끄럽게 붙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림질할 때 통상

  양복이 번들거리지 않게 하기 위해 천을 대고 다리는 데, 더미필름은 이런 천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

  로 한번 사용후에는 버려진다. 필름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으로 이름도 없이 양질의 제품을 위하여 화끈

  하게 한번 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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