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가려움 단상

헤스톤 2014. 2. 20. 16:32

 

 

 

 

 

가려움 단상

 

 

A

 

서민들은 가려운 곳이 많다

너도나도 긁어 주겠다고 손을 들지만

표를 얻은 후 긁어 주는 이는 드물다

 

마누라는 돈돈돈 하면서 가렵다

힘을 다해 긁어 줘도 모자라고

따갑다 못해 피가 나야 조금 시원하다

 

늙으면 시도 때도 없이 가렵다

이 닿지 않는 곳이 주로 가렵고

아무리 긁어 줘도 가렵다

 

 

B

 

아까부터 신호가 오더니 이마가 가렵다

누가 보고싶어 하는걸까

누군지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기억도 가물거리는 꿈속의 그 사람일까

말을 한번이라도 섞어 본 사람일까

가려울수록 궁금지수만 올라간다

오늘처럼 촉촉한 날에는 더 심해진다

누군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가려움을 꾹 참고 행복감에 젖어든다

 

 

 

- 사진은 말러 임성환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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