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 단상
A
서민들은 가려운 곳이 많다
너도나도 긁어 주겠다고 손을 들지만
표를 얻은 후 긁어 주는 이는 드물다
마누라는 돈돈돈 하면서 가렵다
힘을 다해 긁어 줘도 모자라고
따갑다 못해 피가 나야 조금 시원하다
늙으면 시도 때도 없이 가렵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주로 가렵고
아무리 긁어 줘도 가렵다
B
아까부터 신호가 오더니 이마가 가렵다
누가 보고싶어 하는걸까
누군지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기억도 가물거리는 꿈속의 그 사람일까
말을 한번이라도 섞어 본 사람일까
가려울수록 궁금지수만 올라간다
오늘처럼 촉촉한 날에는 더 심해진다
누군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가려움을 꾹 참고 행복감에 젖어든다
- 사진은 말러 임성환님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