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며 너를 기다리며 제남 박 형 순 예보에도 없는 비가 한나절 신나게 오더니 온 세상이 깨끗하다 앞산에서 시작된 무지개가 하늘 위로 쭉 뻗어 있다 너에게도 이런 비가 왔으면 좋겠다 나에겐 더 신나게 왔으면 좋겠다 나의 시 문장 2015.09.04
명순이 눈물 (위의 사진은 약 30여 년전에 찍은 사진으로 내가 태어 난 마을이다. 이 때만 해도 초가집들이 사라져 약 50 년 전에 비하면 많이 변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더 많이 변했다.) 명순이 눈물 내가 열 살 먹을 때까지 앞집에 살던 명순이 나보다 한 두 살 많다고 하지만 초등 동창이었던 명순이 .. 나의 시 문장 2015.07.15
저쪽이 좋아 보여 저쪽이 좋아 보여 오전 내내 바람부는 창 밖에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난리를 치고 있던 나비 한마리 들어 오기만 하면 콘크리트 벽에 그림을 그리고 책상위로 향기를 뿌릴 것처럼 여러 번 미끌어지면서도 날갯짓을 하더니...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햇빛 쏟아지는 .. 나의 시 문장 2015.07.02
은퇴를 앞두고 은퇴를 앞두고 기다리던 계절과 함께 강가를 걸으면서 꽃향기 풀풀 나던 지난 삶에 입맞추니 바람이 시기를 하여 고쳐 매는 신발끈 겸손을 모르고 지낸 잔고를 떠올리며 바뀌게 될 인생길을 하늘에 물어본다 흐르는 강물의 순수를 어찌해야 얻는지 * 시조시인은 아니지만 시조 한수를 읊.. 나의 시 문장 2015.06.22
직도(直道) 다짐 직도(直道) 다짐 이 뭣 같은 세상 술 없이 살 수 있냐고 하지만 술 없이도 살 수 있다 밥만 먹고 살 수 있냐고 하지만 밥만 먹고도 잘 산다 술 없이도 달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밥만 먹고도 꽃 향기에 취할 수 있다 아무리 뭣 같은 세상이라고 해도 나무는 기울었다고 가지를 탓하지 않고 .. 나의 시 문장 2015.05.13
오늘은 공사중 오늘은 공사중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변제를 차일피일 미루는 갑은 볼 수가 없다 일하는 인부도 없고 장비도 보이지 않는데 미안한 기색은 조금도 찾을 수 없는 공사중 팻말을 떡 걸어놓고 위험하니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돌아서면서 자꾸만 쳐다보는 공사중 여기저기 고장난 곳이 너무 .. 나의 시 문장 2015.04.13
산을 넘으며 산을 넘으며 오늘 나는 산을 넘는다 산 너머에 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운 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기에 넘는다 이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있을지도 모르고 더 험한 산이 가로막을지도 모르지만 넘지 않으면 안 될 산이기에 넘는다 노래부르며 쉽게 넘어가는 구.. 나의 시 문장 2015.03.10
수종사 은행나무 수종사 은행나무 쭉 뻗은 굵은 가지사이로 살아온 길이 다른 남과 북의 물이 부둥켜안는 두물머리가 펼쳐지고 일출과 운해가 자주 놀러와 굵직한 역사를 감싸다 보니 하늘과 엄청 가까운 사이라고 여기고 있는 중생들의 합장에 잔가지가 흔들린다 높고 낮은 인연과 관계없이 아프거나 .. 나의 시 문장 2015.02.06
대장간 농기구 대장간 농기구 풀무질로 달구어진 시뻘건 화덕속에 농부의 땀과 한숨이 섞여 있는 깨지거나 부러진 농기구를 넣으면 뭉쳤던 것들이 녹는다 비겁하거나 힘들었던 시간들도 녹고 다르게 살아온 것들도 함께 녹는다 철커덕 철커덕 뚝 뚝 쓱싹 쓱싹 쓱쓱 싹싹 맘대로 다룰 수 있게 녹은 쇳덩.. 나의 시 문장 201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