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지 못한 아픔
초등학교 3학년 가을
소풍가는 날 짝꿍이었던
그 애는 왜
비오는 날 번개가 치면
가슴을 한번씩
후비고 가는지 모르겠다
소풍만 가면 비가 왔던 그 옛날
땟국이 흐르는 손을 내밀며
먹을 것 하나 달라고
보채던 그 애를
왜 그렇게
매몰차게 뿌리쳤을까
사탕 하나 주었다면
맑은 하늘로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때의 짧은 생각이
빗물로도 씻기지 않는
죄의 자국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 창피한 기억이 떠 오른다. 키도 작고 어딘지 모르게 몸의 좌우 균형이 잘 잡히지 않은 애가 짝꿍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는 좀 멀리 소풍을 갔다. 그 애는 약간 절룩거리며 누가 사탕 하나 달라고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보채던 그 애를 매몰차게 대했던 죗값을 받은 것일까.
빗속에서 선생님의 말씀은 왜 이렇게 길었던지..
배탈이 난 나는 빗속에서 옷에 똥을 싸고 말았다. 집으로 막 뛰었다. 그날의 나는 똥이었다.
무엇보다 그 애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 뒤 그 애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 애를 아는 동창은 아무도 없다. 이제는 그 애를 찾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