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장년실업(長年失業)

헤스톤 2015. 10. 17. 09:03

 

 


 

장년실업(長年失業)


 

햇빛이 방안을 휘젓고 다니거나

참새들이 흔들어 대지만 않는다면

그림자가 더 짧아지지 않을 때까지

몸을 일으키지 않아도 된다

낮과 밤을 구분할 필요도 없고

 세끼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비가 내리면 당연히 공치는 날이고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뒹굴면서

어제가 그날이고 오늘도 그날이다

 

오후 늦은 시간에도 꽃은 피고

저녁때에도 바람은 분다고 하지만

해가 서쪽으로 자꾸만 달려가니

새털같은 구름도 무겁게 느껴지며

무료한 시간들이 바르르 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백수생활을 하다보니 잘 적응이 안된다. 특히 월요일 아침엔 더 그렇다.

가끔 집으로 오는 전화를 받기도 한다. 전화벨이 울려 기대를 갖고 받으면 어떤 도둑집단이나 어떤 도둑놈을 

좋아하느냐는 여론조사의 전화나 잘못 걸린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무슨 특별면접 제의나 우대를 해 준다고 해서 가 보면 대부분 개뿔이다. 

실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는데 세상 눈치를 보고 있다. 



'나의 시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  (0) 2015.11.06
지하철 시  (0) 2015.10.28
목숨값  (0) 2015.09.17
베풀지 못한 아픔  (0) 2015.09.10
너를 기다리며  (0) 201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