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명순이 눈물

헤스톤 2015. 7. 15. 18:57

 (위의 사진은 약 30여 년전에 찍은 사진으로 내가 태어 난 마을이다. 이 때만 해도 초가집들이 사라져 약 50 년 전에 비하면

  많이 변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더 많이 변했다.)  

 

 

명순이 눈물

 

 

내가 열 살 먹을 때까지

앞집에 살던 명순이

나보다 한 두 살 많다고 하지만

초등 동창이었던 명순이

냇가에서 나의  알몸을 보고

내 몸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다며

흙먼지가 일어날 때는

자기 옷으로 나를 감싸고

개천을 건널 때는

업어 주던 명순이가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빗속에 있었다

명순이 아버지는 왜

비가 내리면 술을 먹고 

명순이를 고샅으로 쫓아냈을까

비 오는 날 명순이 엄마가 

도망이라도 갔던 것일까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물가물한 기억의 끄트머리에서

명순이가 어른거리기도 하더니

그 명순이가 죽었단다

그것도 수~ 수~ 수십  년 전에

새댁의 몸으로 갔다고 한다

기억의 조각들을 모으다 보니

눈물이 흐른다

오늘따라 비가 막 쏟아진다

명순이도 울고 있다

그 때 그 고샅에 가면

옛날처럼 어김없이 나타나서

비를 함빡 뒤집어쓰고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비가 온다고 하면

그 곳으로 달려 가리라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다

 

(이 사진은 위의 사진의 오른 쪽에 있는 풍경으로  금강 지류인 제원의 하천이다. 보이는 다리는 '제원교'로 약 45 년전 나의

 아버지가 면장이었을 때 준공하였다. 지금은 저 다리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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