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약 30여 년전에 찍은 사진으로 내가 태어 난 마을이다. 이 때만 해도 초가집들이 사라져 약 50 년 전에 비하면
많이 변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더 많이 변했다.)
명순이 눈물
내가 열 살 먹을 때까지
앞집에 살던 명순이
나보다 한 두 살 많다고 하지만
초등 동창이었던 명순이
냇가에서 나의 알몸을 보고
내 몸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다며
흙먼지가 일어날 때는
자기 옷으로 나를 감싸고
개천을 건널 때는
업어 주던 명순이가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빗속에 있었다
명순이 아버지는 왜
비가 내리면 술을 먹고
명순이를 고샅으로 쫓아냈을까
비 오는 날 명순이 엄마가
도망이라도 갔던 것일까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물가물한 기억의 끄트머리에서
명순이가 어른거리기도 하더니
그 명순이가 죽었단다
그것도 수~ 수~ 수십 년 전에
새댁의 몸으로 갔다고 한다
기억의 조각들을 모으다 보니
눈물이 흐른다
오늘따라 비가 막 쏟아진다
명순이도 울고 있다
그 때 그 고샅에 가면
옛날처럼 어김없이 나타나서
비를 함빡 뒤집어쓰고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비가 온다고 하면
그 곳으로 달려 가리라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다
(이 사진은 위의 사진의 오른 쪽에 있는 풍경으로 금강 지류인 제원의 하천이다. 보이는 다리는 '제원교'로 약 45 년전 나의
아버지가 면장이었을 때 준공하였다. 지금은 저 다리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