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오늘은 공사중

헤스톤 2015. 4. 13. 15:33

 

 

오늘은 공사중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변제를 차일피일 미루는 갑은

볼 수가 없다

일하는 인부도 없고 장비도 보이지 않는데

미안한 기색은 조금도 찾을 수 없는

공사중 팻말을 떡 걸어놓고

위험하니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돌아서면서 자꾸만 쳐다보는 공사중

 

여기저기 고장난 곳이 너무 많아

내과, 치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병원을 순회하고 있는데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표시가 다시 앞을 가로막는다

 

자꾸만 되돌아 서게 만드는 공사중

 

세월엔 공사중이 없어 돌아갈 수 없다만

오늘처럼 괘씸한 날에는

나의 길에 공사중을 죽 걸어 놓고

아득한 옛날로 되돌아가서

산벚꽃처럼 하얗게

불을 확 질러 보고 싶다

 

* 누구나 그렇듯이 살아가는 길이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로부터 방해받으며 산다.

   오늘은 자꾸만 '공사중'이라는 표시만 눈에 띈다. 어쩌면 나의 잘못된 곳을 고치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심란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을 보니 군데군데 하얗다. 멋있다. 그런데 저 색깔로 얼마나 갈까.

   산은 본래 무슨 색이던가.

   완전히 푸른 색으로 변하기전에 열흘만이라도 하얗게 칠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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